■ 주요 펀드매니저 4인 전망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주식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해 한국의 주요 펀드매니저 4명이 입을 모아 제시하는 해답이다. 이들은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에도 한두 차례 더 진행될 것"이라며 "오랫동안 초저금리 시대에 익숙해진 투자 관행에 메스를 대야 한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 기조에서 새롭게 펼쳐진 장세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들은 금리 인상 기조가 PER가 높은 종목 매도를 늘리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최근 일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주식은 '과열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주가가 실적과 괴리돼 뛰어오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바이오 주식 PER는 100배 안팎까지 치솟아 증권사 리서치센터조차 "분석을 포기한다"고 두 손을 들 정도다. PER가 100배라는 것은 거래되는 기업 시가총액이 매년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100년 동안 모은 값에 해당된다는 것을 뜻한다.
현상균 디에스자산운용 상무는 "미래 주식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금리는 할인율의 개념으로 쓰인다"며 "금리 인상기에는 미래 주가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PER가 높은 종목에 대한 상대 매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현 상무는 "지금까지는 일부 바이오 주가에 거품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투기적 매력' 관점에서 매수가 이어졌지만 앞으로는 다르다"며 "주가가 조금 오르면 빨리 팔겠다는 매도세가 증가하면서 주가는 상승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시장에서 소외된 채로 싸게 거래되는 식음료, 여행 등 내수주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게 현 상무 진단이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이 "중소형주 투자수익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 본부장은 "일부 대형주로 몰려들었던 뭉칫돈이 주가 상승 여력이 높은 중소형주로 옮겨 타는 게 보인다"며 "수급이 개선되는 신호가 뚜렷해 주가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점쳤다. 그는 "올해는 대형주 이익 증가율이 중소형주 이익이 느는 속도보다 훨씬 빨라 중소형주가 부각되지 못하는 한 해였다"며 "하지만 대형주 이익 증가율이 둔화되는 내년에는 상황이 확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결정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경기와 연동돼 주가가 움직이는 일부 중소형주는 금리 인상을 악재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역시 "가치주 옥석 가리기에 나설 시기가 왔다"는 시각이다. 그는 금리 인상이 주식시장에 만연한 '투기적 베팅' 분위기를 한풀 꺾어 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소 향후 3년간 중소형 가치주가 뜨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진단이다. 그는 "금리를 올릴 만큼 경기가 나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상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며 "금리 인상 자체는 시장에서 새롭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바닥을 찍고 올라간 경기를 타고 어떤 기업이 돈을 더 벌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낮은 금리를 등에 업고 주가에 거품이 낀 기업 주식을 서서히 팔고 실적이 올라가는 속도가 수치로 잡히는 중소형주 위주로 말을 갈아타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목 '옥석 가리기'가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은 상장지수펀드(ETF)가 쏠쏠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차 타깃은 섹터 자체가 저평가된 업종이다. 올해까지는 패시브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대형주 주가를 밀어올리는 현상이 관측됐지만 내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키 맞추기 장세가 펼쳐지면서 시장에서 버림받은 내수주 등 일부 업종 주가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다면 내수주 전반에 돈을 태운 관련 ETF를 미리 매수해 시장 흐름에 동참하는 식으
[한예경 기자 / 홍장원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