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새 1조5000억 판 외국인, IT 덜고 중후장대株 담았다

최근 6거래일 동안 1조5000억원을 매도했던 외국인들이 삼성주는 팔고, LG주는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 카카오 등 정보기술(IT)주가 많았던 반면 매수 상위에는 LG화학, 포스코, OCI 등 중후장대 산업이 주로 포진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2540선까지 치솟았던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 물량이 지속되면서 2500대 밑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달 24일 762억원 순매도를 시작으로 지난달 30일까지 6거래일 만에 1조5500억원을 팔아 치웠다. 36.53포인트가 빠진 지난달 30일에는 하루 만에 5890억원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코스피 조정을 외국인이 주도한 셈이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삼성그룹주와 카카오 등 IT기업에 집중됐다. 외국인들은 6거래일간 삼성전자만 1조68억원어치를 팔았고, 삼성전자(우)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합하면 총 1조1210억원어치를 매도했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매도액의 72.3%에 달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주의 매도 확대는 지난달 27일 모건스탠리 보고서 영향이 컸다.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지던 반도체 업황이 4분기부터 다운사이클로 전환됐다는 지적이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29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낮추고 투자의견은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중립(Equal-weight)'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매도 상위에는 카카오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IT주도 3·4위로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부터 랠리를 이어오던 IT종목이 단기 조정을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매도 상위 기업들 실적은 좋은 만큼 그간의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보기 위한 매도로 볼 수 있다"며 "단기 조정을 받은 이후 재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 증시도 경기가 좋아지면서 실적이 좋았던 IT 위주에서 금리 상승 등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금융주나 유가 변동에 따른 화학, 소재, 정유 등보다 민감한 곳에 투자를 하고 있다"며 "경기 확산기의 순환매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들은 대량 매도 속에서도 화학,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을 비롯해 금융주는 매수하기도 했다. 외국인은 LG화학만 1173억원어치를 매수하며 가장 많은 투자를 했고, 같은 화학소재 분야에서 OCI와 일진머티리얼즈도 각각 375억원어치와 228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순매수 1위에 오른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에서 가파른 실적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부문은 내년도부터 적자 폭이 축소되고, 생산능력은 2020년까지 70GW까지 늘리며 전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매수 상위 2위는 KB금융으로 금리 인상 수혜가 기대되면서 634억원이 몰렸다. 중후장대 산업인 포스코는 588억원, 현대차는 454억원, 현대제철은 297억원을 매수하며 상위 10에 이름을 올렸다. 10위권 밖에서도 금호석유(205억원), SK(199억원), SK이노베이션(197억원), 삼성중공업(183억원) 등 대형 산업이 눈에 띄었다. 특히 외국인들은 LG화학을 중심으로 그룹지주회사인 LG와 LG전자에만 1672억원을 순매수했다.
윤 센터장은 "LG화학은 2차전지로 주목받고, 철강도 경기 확대기에 주요 수혜주로 분류되는 등 경기 확산기에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며 "다만 국내 산업구조가 IT, 헬스케어, 금융, 게임 등에서 많은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다시 IT, 헬스케어 등으로로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영태 기자 /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