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막는 감사인 지정제 예외대상 넓히면 개혁 물거품"

"악마는 디테일에 있듯이 감사인 지정제 예외조항은 극히 제한돼야 합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외부감사인지정제 원칙 바로 세우기에 나섰다. 감사인지정제가 예외조항으로 인해 절름발이 개혁이 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회계사회 세미나에서 "시행령 등 하위규정 정비 과정에서 감사인지정제를 도입한 취지와 입법정신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10월 말 공포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르면 이르면 2019년 말부터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 6개 사업연도 동안 감사인을 스스로 선임한 이후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에게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주기적 감사인지정제 적용 제외 대상 범위 등 예외조항은 시행령 형태로 정해질 예정이다. 최 회장은 "주기적 지정제 예외사항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한정해야 한다"며 "특히 국회 입법심사 과정에서 배제된 예외조항을 설치하는 것은 위법 행위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복수지정제나 재지정 요청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거부 뜻을 밝혔다. 복수지정제는 상장 예정 기업이 증선위가 지정한 복수감사인 중 한 곳을 선택하도록 한 제도이고, 재지정 요청은 상장사가 당국에 외부감사인 재지정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두 제도 모두 감사인 자유선임제도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게 최 회장 주장이다. 최 회장은 외감법 개정안에 대해 "1981년 외감법 제정 후 외부감사 질서를 왜곡시켜온 자유선임제를 개선한 '한국판 회계개혁법(K-SOX)'"이라고 평가했다. 현행 자유선임제 아래에서 기업들이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하는 '회계쇼핑'이 만연하면서 그동안 회계법인의 독립성 훼손 문제가 제기돼 왔다. 특히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터지면서 지정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9월 말 감사인 지정제를 골자로 하는 외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