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디스커버리' 출범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이날 SK디스커버리(존속법인)와 사업회사인 SK케미칼(신설법인)로 분할됐다. 신설법인은 기존 사명인 SK케미칼을 이어받았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분할 비율은 48대52다. 옛 SK케미칼 주식 100주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SK디스커버리 주식 48주, 신설법인 SK케미칼 주식 52주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번 분할로 SK디스커버리는 자회사 관리와 사업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하고, SK케미칼은 기존 화학사업과 제약사업의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주력하게 됐다.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는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맡았고, 총괄(수석임원)로는 박찬중 SK케미칼 부문장이 선임됐다.
박찬중 총괄은 "지주사 출범을 통해 사업 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된 체제의 빠른 안착을 통해 사업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SK케미칼그룹이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우선 SK디스커버리가 SK케미칼 지분을 20%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최 부회장 등 대주주가 SK디스커버리와 SK케미칼 지분을 각각 22.4%씩 보유하고 있지만,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한 SK케미칼 지분은 없기 때문이다.
당초 SK케미칼은 지주사 전환을 발표하며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겠다고 밝혀 자사주를 이용해 자회사 지분율을 높이는 '자사주의 마법'도 부리기가 어렵다. 이에 SK디스커버리는 최 부회장 등 최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현금으로 매입하거나, 유상증자 후 최 부회장의 SK케미칼 지분과 맞바꾸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지주사의 SK케미칼 지분율을 높여 지주사 요건에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태원 회장의 SK그룹과 지분이 엮여 있는 자회사 SK건설도 2년 안에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비상장사인 SK건설은 SK가 44.48%, SK케미칼이 28.25%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SK가 높지만 경영권은 최 부회장 쪽이 사실상 행사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가 SK로부터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을 40% 이상 높이거나, 들고 있는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자산 활용성이 낮았던 SK건설 지분을 정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겨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며 "또한 지주사의 100% 자회사인 신텍이 보유한 SK가스 지분 9.9%도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 효율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설법인 SK케미칼이 그린케미칼(바이오소재)부문 사업회사와 라이프사이언스(바이오제약)부문 사업회사로 분할된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플라즈마와 TSK워터 등 자회사의 기업공개도 예상된다"며 "결과적으로 과거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고수익·고성장 사업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기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분할 이후 SK케미칼그룹은 매출액 11조원 이상의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SK케미칼의 그린케미칼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8144억원에서 2020년 1조3000원으로, 라이프사이언스 부문은 3871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SK가스는 같은 기간 5조2547억원에서 9조원으로, SK D&D는 2764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으로 7월 이후 6만원 후반대에 머물던 SK케미칼 주가는 기업분할을 앞두고 10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주식 거래가 정지된 11월 29일엔 8만42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증권사
한편 SK케미칼은 6월 21일 이사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의결한 후 10월 27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로부터 동의를 이끌어냈다. 11월 29일부터 매매 거래정지 상태가 된 SK케미칼은 내년 1월 5일 분할사들이 주식시장에 재상장된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