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 신화'를 써온 세종시 아파트값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종시에서 수년째 부동산 중개업을 해오고 있는 허인숙 스카이공인중개사무소 이사는 최근 세종시 집값 하락을 '투기수요와 실수요의 거대한 손바뀜'으로 표현했다. 내년 4월부터 가중되는 양도소득세 부담에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실수요자는 전세와 매매로 물량을 받아내면서 약보합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7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지난달 30일 기준 전주보다 0.06% 하락했다. 세종시 집값이 주간 단위로 하락세를 보이기는 올 3월 13일(-0.02%) 이후 32주 만이다. 한국감정원 측은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행정수도 이전 기대 등으로 지난 2분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8·2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세종시 아파트값의 하락 추세는 정부 통계에서도 감지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가재2단지 호반베르디움 저층부(1~5층) 전용면적 84㎡의 실거래가는 올해 1월 3억원대 초반에서 7월 3억6000만원까지 올랐지만 10월 들어 다시 3억1000만원으로 미끄러졌다.
세종시는 서울 강남4구와 더불어 정부가 집값 안정의 집중 타깃으로 삼은 지역이다. 세종시 주택 가격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4.17%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2.65%)과 부산(2.33%)의 2배에 가까운 상승률이다.
특히 세종은 그간 엄청난 아파트 공급 물량으로 '과잉공급 우려'가 높아졌음에도 굳건한 매매가격을 보여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4년 14만987가구, 2015년 1만7381가구로 정점을 찍은 후 2016년 7653가구로 떨어졌다가 올해 1만5479가구로 다시 늘었다. 내년에도 1만4000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세종시 내에 세워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세종시 아파트값이 강세를 이어온 데는 투자수요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세종 지역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실수요층이 두꺼운 시장이지만 올해 들어 국회 세종 이전, 세종고속도로 개설, KTX 세종역 설립 등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수요가 상당히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전세가 하락에도 매매가격은 꿋꿋이 버텨 왔지만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먹히면서 이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자수요의 대다수는 다주택자이고 내년 4월부터 양도세 중과세가 적용되는 만큼 일부가 이익 실현에 나섰다는 것이다. 향후 세종시 아파트값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다주택자들이 얼마나 순응할지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세종시 집값이 당장 급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목 좋은 곳에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가 나오면 분양을 받겠다는 실수요도 아직 상당하다"면서 "세종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지금이 세종에 내 집을 마련할 적기라 보고 문의하는 사례가 많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기류는 세종지역 주택 매수심리가 4분기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는 점에서도 엿보인다. 지난 6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세종의 매수우위지수는 63.2로 전주(45)보다 18포인트 이상 상승했고 4분기 들어서도 가장 높은 수준
KB부동산 관계자는 "내년부터 세종에 부동산 규제는 물론 금융 규제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올해 안에 매수해야겠다는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