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증권사 3곳 이상이 전망치를 내놓은 기업은 93곳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48개 기업(51.6%)이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컨센서스 대비 10% 이상 높은 실적을 발표한 어닝서프라이즈 기업은 22곳이었고, 어닝쇼크 기업은 16곳이었다.
컨센서스 대비 실제 실적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현대미포조선이었다. 컨센서스는 272억원이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651억원에 달해 139.3%나 웃돌았다. 현대미포조선에 이어 삼성SDI(130.7%), 현대로보틱스(55.4%), 호텔신라(51.6%), 코오롱플라스틱(49.6%)이 어닝서프라이즈 상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눈에 띄는 곳은 단연 현대미포조선이다. 현대미포조선을 포함한 조선사들은 국내외 할 것 없이 2015~2016년 수주가 급감해 올 3분기부터는 매출 감소가 예상됐다. 그럼에도 비용 절감 등 노력으로 호실적을 낸 것이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미포조선은 전년 동기 대비 69.9%나 늘어난 영업이익을 내면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수주 절벽이 반영되는 3분기에 영업이익률이 9.3%를 기록한 점이 놀랍다"고 분석했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생산 인력의 숙련도 향상과 의장재 절감, 자재 현지화 등 비용 절감 노력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며 "자회사인 하이투자증권도 파생상품 관련 수익 증가로 흑자 전환에 성공해 깜짝 실적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대미포조선뿐만 아니라 현대일렉트릭(7.4%), 현대중공업(6.7%), 현대건설기계(4.9%) 등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는 모두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실적을 거뒀다. 덕분에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도 깜짝 실적을 발표할 수 있었다.
금속, 플라스틱, 전력기기 등 소재 기업들도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 분위기에 한몫을 했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컨센서스였던 5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79억원의 실적을 내놨으며, LS산전도 기존 전망치에 비해 25.8%나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S산전은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 역시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3분기에 컨센서스 대비 0.13% 높은 1조12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한유건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철강 구조조정을 비롯한 감산이 내년 3월까지 이어져 4분기 흐름도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실적 감소세가 뚜렷했던 금호석유화학도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업 명단에 올랐다. 컨센서스 대비 15.1%나 높은 57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금호석화는 올해 영업이익이 207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망이 현실화되면 금호석화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영업이익 2000억원대에 복귀하게 된다. 금호석화에 이어 LG화학(5.6%), 롯데정밀화학(5%)도 증권가 영업이익 전망치를 뛰어넘었다.
조선·소재·석유화학 기업들이 어닝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면 유통 기업들은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금융사도 대부분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놨다.
지난달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의 지주사로 새롭게 출범한 롯데지주는 어닝쇼크 최하위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지난 3분기 롯데지주는 시장 기대치에 83.1%나 못 미치는 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롯데지주와 함께 롯데쇼핑(-45.5%) 실적도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모자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컨센서스인 522억원은 분할 전 롯데제과의 영업이익"이라며 "투자회사가 된 롯데지주와 분할 후 롯데제과 영업이익을 합치면 399억원까지 올라간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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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