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자정나선 삼성전자 내달 투명성 10大 지표 공개

■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따라

삼성전자가 다음달 말 지배구조 투명성 보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고 해당 내용을 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할 예정이다. 거래소가 추진하는 지배구조 공시제도에 자발적으로 참여를 결정한 것이다. 상장 기업이 소액주주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주고 있는지, 이사회는 투명하게 구성돼 운영되는지 등에 대한 자체 평가 내용을 투자자에게 공개한다는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기업 스스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과 함께 기업 측면에서 소액주주 권리 향상에 도움이 되는 조치로도 기대를 모은다.
24일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최근 협의를 진행한 결과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 상당수가 다음달 말까지 지배구조 모범규준 보고서를 거래소에 제출하기로 했다"면서 "지배구조 공시가 강제 사항이 아닌데도 예상보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많아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3월 기업의 평판이나 경영 투명성을 제고해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원칙준수-예외설명(Comply or Explain)' 방식의 '지배구조 공시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이 지난해 7월 공개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바탕으로 거래소가 요약한 '지배구조 핵심원칙 10가지'에 대해 항목별로 준수했는지와 준수하지 않은 경우 해당 이유를 서술하는 방식이다. △이사회는 투명한 절차로 선임되는지 △사외이사는 독립적으로 경영진을 감독하는지 △외부 감사인은 독립적으로 감사 업무를 보는지 등이 핵심이다.
지배구조 공시는 강제 사항이 아니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대상이고 제출 시기는 연간 1회 내놓는 사업보고서 법정 제출기한 이후 2개월 이내다. 3월 말에 사업보고서를 내는 12월 결산법인은 5월 말까지 제출하면 되는데, 올해는 첫 시행이니만큼 사업보고서 제출 이후 6개월까지로 기한을 연장했다.
거래소는 지배구조 공시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지배구조 공시 우수 법인을 선정해 내년 3월 포상하고, 수상 기업에는 불성실공시 지정을 유예하거나 상장 수수료를 면제해줄 방침이다. 또 일반 투자자들이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오는 10월 구축해 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지난해 내놓은 기업 지배구조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싱가포르 홍콩 일본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 아시아 대부분 국가보다 못한 수준이다. 국내 기업 712개사를 조사한 결과 73.3%에 이르는 522개사가 하위권인 B~C등급을 받았다.
■ <용어 설명>
▷ 원칙준수 예외설명(Comply or Explain) :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90여 개 항목 중 거래소가 정한 10개 핵심 원칙에 대해 이행 여부를 공시하는 것. 원칙적으로는 모범규준을 따르되 회사 특성이나 사정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적용이 어려운 상황에는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