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6월까지 1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중국 국적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가 약 1조2200억원에 달했다.
중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하반기 6개월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해 7500억원가량을 순매도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두 시장에서 5200억원을 순매도했다. 한국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진 지난 5월에도 1200억원가량이 빠져나갔다.
어떤 기업의 주식을 팔아치웠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대중국 투자가 많아 사드 보복에 따른 영향이 큰 한국 기업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차이나머니의 '엑소더스'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사모펀드 대표(상하이 소재)는 매일경제와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당국이 방향을 제시하면 민간이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움직이는 '톱다운' 방식에 익숙하다"며 "가뜩이나 자본 유출에 대한 감독이 심화된 상황에서 사드 갈등이 있는 한국에 투자를 늘리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올해 들어 자국 대기업들의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을 집중 조사하는 등 자본 유출입을 예의 주시하는 것과도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의 전체 해외투자 규모는 지난해 1870억달러에서 올 1~7월 290억달러로 급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이날 김장수 주중대사를 초치해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기로 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우리나라에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된 중국인은 기관과 개인을 합해 현재 599명이다. 이들이 쥐고 있는 시가총액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해 10조940억원(6월 말 현재)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 전체가 598조원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니 중국인 투자자 비중은 1.7% 정도로 크지 않다. 다만 중국 영향이 미치는 홍콩까지 합하면 비중이 3.4%로 늘어난다. 수급 상황에 따라 주가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다. 올해 상반기 이른바 '왕서방' 자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9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홍콩 국적 투자자도 각각 1260억원, 47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올해 미국 국적 투자자가 11조원가량을 순매수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물론 영국과 독일 자금도 올해 매도 우위이긴 했으나 중국계 자금 유출은 '사드'라는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문제다. 무엇보다 양국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경우 자본 유출 속도와 폭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사모펀드 산하 경제연구소 관계자(광둥성 소재)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중국은 아직 당국 정책에 따라 자본 움직임에 부분적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라며 "더 우려할 것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공간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자본은 한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보다는 기술협력이나 인수·합병(M&A)에 관심이 크다"며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에서 협력 가능성이 큰데 양쪽 모두 기회를 놓치
한국 증시에서 중국 자본이 유출되는 것을 사드 보복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신중론도 물론 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글로벌투자정보센터장은 "사드 이슈로 인해 중국 자본이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뺐다는 추정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김대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