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코스피는 기관의 공격적인 매수에 힘입어 전날보다 모처럼 큰 폭(0.84%) 상승하며 2422.96으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 간 손바뀜이 더욱 두드러졌던 하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관투자가는 코스피를 1조781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를 통해 522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 물량 상당수를 받아냈다.
상반기 코스피 랠리의 일등 공신이었던 외국인은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코스피 순매도로 포지션을 바꿨다. 지난달 24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코스피 주식을 팔아 치웠다. 기관은 반대로 같은 기간 7거래일 연속 코스피 순매수로 대응했다. 코스피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일주일 새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는 2003~2004년 벌어진 대세 상승 초입과 상황이 비슷하다. 외국인은 2003년 5월부터 17개월 연속 코스피 주식을 사들여 이 기간 코스피를 600에서 800까지 30% 넘게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기관은 연일 주식을 내다 팔다가 2004년 8월을 기점으로 순매수 기조로 돌변한다.
외국인과 기관 간 손바뀜의 분기점이 됐던 건 2004년 10월이다. 당시 외국인은 코스피를 1조5000억원 넘게 순매도하고 기관은 1조4000억원가량 순매수로 포지션을 달리하며 대조를 이뤘다. 기관은 이후 2006년 11월까지 두 달을 빼고 모두 코스피 주식을 매수해 코스피가 800에서 1300으로 올랐다.
이후 5개월가량 눈치 보기 장세를 지속한 코스피는 2007년 6월부터 기관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다시 상승했다. 그 결과 그해 10월 지수는 2000 고지를 돌파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역사를 보면 (주식을 미리 사들인) 외국인이 코스피를 1차 상승시키고 이후 기관이 바통을 이어받아 추가 랠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난달 기관이 코스피 순매수에 나선 건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때마침 주식형 펀드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주식형 펀드에는 투자액 5805억원이 순유입되며 두 달 연속 펀드 설정액이 증가했다. 개인투자자는 연초부터 6조원이 넘는 규모로 펀드 환매에 나섰지만 지난달 말 장이 조정받는 것을 기점으로 급격히 '바이(BUY) 코리아'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역시 주식형 펀드 열풍이 불어 기관이 코스피 주식을 사들일 실탄이 넉넉했던 2004년 이후 상승장과 닮았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도 2004년과 비슷하다. 미국 기준금리는 2004년 6월 1.00%에서 1.25%로 오르며 유동성 축소 국면에 돌입한다. 한국 역시 1년여 시차를 두고 2005년 말부터 금리 인상에 나섰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채권 가격이 떨어져 주식으로의 자산 대이동이 일어난다"며 "2004년과 지금은 금리가 바닥을 찍고 올라간다는 점이 꼭 닮았다"고 말했다.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점프하는 것도 비슷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95조원 규모였던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은 내년엔 많게는 14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03년 24조원이었던 코스피 순이익은 2004년 54조원으로 대폭 늘었다. 실적 향상에 수급 매력, 금리 인상 3박자가 맞아떨어진 장세가 2004년에 이어 올해 재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제 막 손바뀜이 일어나는 초기 상황에서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앞으로도 가파르게 늘 것인지도 여전히 관전 포인트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개인투자자가 코스피 상승에 강한 믿음이 있는지 섣불리 예단하면 안 된다"고 진단했다.
박희봉 동부자산운용 본부장은 "환매가 지속되고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직접 투자금액은 최근 들어 갈팡질팡하는 추세다. 지난달 28일 개인은 789억원 규모의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이후 2거래일은 연속으로 다시 순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틀간 개인이 내다 판 코스피 주식은 4300억원어치에 달한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