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시효끝난 채권 1조 소각

2금융권이 1조원이 넘는 소멸시효완성채권을 대규모로 소각하며 금융당국의 포용적 금융 강화 방침에 즉각 호응했다.
SBI저축은행은 1일자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법인채권 1조1000억원을 소각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금융위원회가 민간 금융사가 보유한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자율적으로 소각하라는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나타난 민간 금융회사의 첫 조치여서 주목된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단일 금융기관이 소각하는 소멸시효완성채권 액수로는 최대 규모"라며 "이번 조치로 경영하던 기업이 파산한 뒤 빚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중소·영세기업 대표들이 재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SBI저축은행의 소각 조치를 계기로 다른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은행권을 포함한 금융권의 소멸시효완성채권 소각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SBI저축은행의 이번 소각 대상은 5800여 개에 달하는 중소·영세기업의 대출채권이다. 통상 2금융권 대출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담보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회사 대표가 연대보증을 서고 기업과 함께 상환 부담을 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업이 폐업하더라도 대표는 계속해서 빚 독촉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금융회사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는 등 대부분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연대보증제도는 2012년 은행권을 시작으로 2013년 2금융권에서도 폐지됐지만, 기업 대출 시 법인 대표가 보증을 서는 등의 일부 사례에서는 유지돼 왔다.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법인 대표의 연대보증 관행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소각으로 지난해 말 이후 SBI저축은행은 총 2조원의 소멸시효완성채권 기록을 삭제했다. 앞서 지난해 말 SBI저축은행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개인채권 9445억원을 소각한 바 있다. 한편 지난달 31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민간 금융사 보유 소각 대상 채권 4조원에는 개인채권만 포함됐고 법인채권은 빠졌다. 다만 금융공기업 중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하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소각 대상 채권에는 일부 법인채권이 포함돼 어려움에 처했던 파산 기업 대표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소멸시효완성채권은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은 지 일정 기간이 지나 돈을 갚을 필요가 없어진 채권이다. 금융사 대출의 경우 돈을 빌리고 5년 동안 갚지 않으면 채무가 자동으로 사라진다. 다만 금융사에서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해 시효를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연체 발생 후 통상 약 15~25년이 지나야 채무가 사라진다. 한편 채무자가 빚 일부를 갚는 경우에도 채무가 부활하기 때문에 돈을 다시 갚아야 한다.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