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제도화 첫발…거래소 인가제 추진

■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

가상화폐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이려는 법적 제도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에 대한 법적 규정이 사실상 없는 데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2014년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중개를 등록제로 전환한 이후 가상화폐 거래가 급속도로 늘어난 바 있어 우리나라도 이 같은 제도화 움직임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통화 관련 영업에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를 받으려면 최소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추고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가상통화취급업자도 형태에 따라 가상통화매매업자·가상통화거래업자·가상통화중개업자·가상통화발행업자·가상통화관리업자 등 세부적으로 분류했다.
특히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가상통화 거래소를 운영하는 거래업자에 대해서는 이용자들의 가상통화 예치금을 별도 예치 기관에 두거나 피해보상계약, 즉 보험이나 지급보증계약을 의무적으로 맺도록 규정했다. 빗썸은 직원 PC 해킹으로 고객 3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2차 피해가 발생하면서 현재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 가상통화취급업자는 방문판매,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 후원방문판매 또는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가상통화를 매매·중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가상통화가 화폐가 아니라는 사실 등 중요 사항을 이용자에게 설명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밖에 시세조종과 자금세탁 금지 규정도 담겼다.
박 의원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도 가상통화를 이용한 ICO에 대해 증권법을 적용하기로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이용자 보호를 위해 법적·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개정안에 암호화폐를 상품으로 정의할지, 화폐로 정의할지에 대한 내용이나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과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는 가상통화 관련 법제화가 신규 투자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이번 입법에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신원희 코인원 이사는 "이번 개정안은 소비자 보호를 통해 건전한 시장을 조성하면서도 억지스러운 세금 규제 등을 적용하지 않아 핀테크 기술 발전이라는 전 세계의 트렌드를 반영한 합리적인 방향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융위 등 주무기관을 통해 구체적인 감독 규정이 설정될 텐데 현재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제시된 고객 예치금 제3기관 예탁이나 보험·지급보증 계약 등 피해보상안이 합리적으로 설정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가상통화 거래 통계를 제공하는 코인에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3대 거래소의 가상통화 거래 규모는 102만4697비트코인(BTC)에 달한다. 1일 비트코인 가격이 325만원가량인 데 비추어 월 거래량이 3조3302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량은 올해 1월 35만2123비트코인에 불과했으나 가상통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반년 만에 3배 가까이 커졌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서 금융위 역시 구체안 마련에 속도를 붙일 예정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상통화가 '통화'라는 단어가 붙긴 했으나 일반적인 '통화'와 거리가 멀다"며 "당국에서 본격적으로 규제 대상에 편입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가 주도하는 가상화폐 제도화 태스크포스(TF)에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검찰도 참여했다. 기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세 곳으로 구성된 TF가 국세청 공정위 검찰 경찰 등 7개 부처로 확대 개편하면서 가상통화 거래 과정에 투기 세력 개입에 대한 규제 마련에 착수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