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 숫자는 지난해 말 기준 24만2000명으로 전년(21만1000명) 대비 14.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년새 3만1000명이 늘어난 수치다. 이들 부자들의 보유한 부동산 규모는 평균 28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계의 부동산자산 평균(2억5000만원) 보다 약 11배 많은 수준이다. 이들은 또 은퇴 후 '적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생활비를 가구당 월 평균 717만원, 연간 8604만원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KB경영연구소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부자들의 자산 운용행태와 인식 등을 분석한 '2017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 400명의 설문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 한국 부자들의 자산 구성은 부동산자산 52.2%, 금융자산 44.2%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지난 해에 비해 부동산자산(51.4%)과 금융자산(43.6%) 모두 비중이 늘어났다. 특히 부동산자산 비중은 2013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왔으나 올 들어 재건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호황 덕분에 다시 반등했다.
앞으로 유망한 부동산 투자처에 대한 선호도는 1년 만에 급변했다. 지난 해 부동산 투자처 1순위는 빌딩·상가(33.0%)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재건축 아파트(27.7%)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재건축 아파트를 포함한 일반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지난 해 13.8%에 불과했으나 1년 만에 36.9%로 껑충 뛰었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높은 인기를 입증한 셈이다. 실제 이들 부자들은 재건축 아파트 투자를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지역 부자들의 투자용 재건축 아파트 보유율이 23.6%, 총자산 100억 이상 보유 부자의 경우에도 21.4%로 집계됐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부동산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6·19 부동산 대책 이후 2일에도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이 예고됐지만 '부동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하겠다'는 응답 비중은 2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 상태 유지'(39.4%) '전·월세 등 임대형태 변화'(22.3%) '다른 고수익 부동산 투자'(12.3%) 등 부동산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응답률이 훨씬 높았다. 이들 부자들이 부동산을 최초로 구입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이 21.6%로 가장 많았고, 2000년대 초반(17.6%) 1990년대 초반(16.9%) 순으로 나타났다. 처음 부동산을 구입한 지역은 서울 강남(30.9%) 서울 강북(19.4%) 경기(18.7%) 대구·경북(9.4%) 등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들 부자들이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552조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국민의 0.47%(24만2000명)가 국내 총 금융자산의 16.3%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부자들의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22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또 여유자산이 많을수록 예금보다 주식, 펀드 등 투자활동을 더 활발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부자들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비중은 예·적금 48.9%, 주식 20.4%, 투자·저축성보험 13.2%, 펀드 8.4%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같은 비중은 일반인들에 비해 주식이나 투자·저축성보험 비중이 훨씬 더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 부자들이 살고 있는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이 10만7000명으로 전국 부자의 44.2%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경기 5만명(20.8%) 부산 1만7000명(6.9%)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 부자의 3만9000명이 강남 3구에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자들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부촌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고 있는 것으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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