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돈줄 조이기가 시작된 상황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은 상반기에만 20% 가까이 오른 한국 주식시장에서 일부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재차 쏘아 올리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들 이탈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7월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72포인트(0.07%) 오른 2402.71로 거래를 마감했다. 6월 말 종가(2391.79)와 비교하면 10.92포인트(0.46%) 오른 것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 기록을 이어갔다. 하지만 외국인이 6거래일 연속 대규모 매도 공세를 펼치면서 시장은 온종일 불안감에 시달렸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529억원을 순매도했다. 장중 순매도 규모가 3500억원까지 커졌지만 장 막판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1000억원가량 사들이면서 매도 폭을 그나마 줄였다. 7월 24일 이후 6거래일간 누적 순매도액은 1조8900억원에 달했다. 앞서 7월 2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5000억원 이상 누적 순매수 행진을 이어왔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코스닥은 외국인이 39억원을 팔아 치운 가운데 2.48포인트(0.38%) 하락하며 마감했다.
7월 28일 밤 북한이 ICBM급 미사일 '화성-14'의 두 번째 시험 발사를 감행하고 이에 대해 미국 등 국제사회가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것이 이날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지난주 금요일 코스피 급락 불안감에 북한 위험까지 더해졌다"면서 "반등 시도는 나오겠지만 코스피 하락 압력은 점점 커지는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4% 넘게 조정받았던 삼성전자(0.9 % 상승)와 SK하이닉스(2.2 % 상승)는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정보기술(IT) 기업 주가 버블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일단 잠재운 셈이다.
하지만 방위산업 관련주 주가가 크게 오르고 화장품 호텔 자동차 등 중국 관련 소비주 주가는 하락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대표적 방산기업인 풍산이 2.6% 상승한 것을 비롯해 휴니드(1.0%) 한화테크윈(0.3%) 등이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아이쓰리시스템(6.3%) 아스트(1.0%) 솔트웍스(0.8%) 등이 강세로 마감했다.
대통령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지시에 따라 그동안 사드 악재에 골머리를 앓아 왔던 화장품주는 일제히 급락세를 나타냈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전 거래일보다 2.6% 내린 28만3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국화장품(-6.3%) 코리아나(-8.8%) 에이블씨엔씨(-4.7%)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호텔신라(-2.4%) 신세계(-1.5%)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1.7%) 등 면세점 관련주도 내림세를 지속했다. 박종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사드 관련 규제 해제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유커 감소와 함께 면세점 영업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 관심은 외국인 매도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외국인이 이날 현물시장에서 매도를 이어간 것과 달리 선물시장에서는 1조2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순매수를 나타냈다. 이는 올 들어 사상 최대 규모다. 선물 대량 매수는 외국인이 코스피의 향후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이 아직 본격적인 차익실현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북한 리스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돌발 악재까지 겹친 만큼 8월에도 당분간 조정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8월
[최재원 기자 / 고민서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