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고수의 투자조언 / 허남권 신영자산운용대표 ◆
첫 번째 순서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를 만났다. 그는 1989년 증권업계에 들어와 1996년 신영자산운용을 설립할 때부터 한 우물을 판 1세대 펀드매니저다. 첫 질문은 코스피가 계속 달려갈지였다. 그는 "기다리는 조정은 없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며 "8개월째 올랐으니 한두 달 쉬어갈 수는 있지만 지금보다 10% 빠져 2200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작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직관적으로 볼 때 지금 장세는 (대세 상승기 초입이던) 2005년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다. 2005년은 적립식 펀드 붐이 불기 시작하고 퇴직연금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시기다. 그가 한국 증시의 하방경직성, 나아가 지속적 우상향 곡선을 낙관하는 근거는 풍부한 유동성, 기업이익 개선, 새 정부의 정책 기조 등이다. 허 대표는 "국내 유동성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에 조정이 오면 자금이 더 들어올 것"이라며 "부동산은 정부가 조이고 있고 금리가 오르니 채권으로도 자금이 못 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신흥국 평균만 돼도 1~2년 후 지수가 지금보다 20~30%는 올라 있을 것"이라며 "한국 증시가 인도네시아나 태국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처럼 외국인만 투자하면 우리가 만든 부(富)는 외국인이 다 가져간다"고 말했다. 신흥국 주요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3~17배 수준인 데 비해 우리는 여전히 10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PER가 낮을수록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또 허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소액주주 가치 제고 정책도 주식시장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지금 가장 좋은 재테크는 성장하는 우량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어떤 주식을 골라 담아야 할까. 그는 "정보기술(IT)주와 은행주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증시는 부익부 빈익빈"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은 '남의 집 잔치' 같은 기분일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외국인 장세에서 대형주만 올라갔지만 앞으론 지난 3년간 소외됐던 중소형주 투자가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다"며 "덜 오른 중소형 우량주에 베팅하는 게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자산운용이 지난 24일 소리 소문 없이 출시한 중소형주 펀드에는 이틀 새 580억원이 몰렸다. 외국인들이 최근 코스닥 종목 매수에 나선 것도 중소형주 저가 매수의 연장선에 있다.
당분간 해외 투자보다는 국내 투자가 수익률이 더 좋을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허 대표는 "원화 강세 시기엔 해외 투자보다 가격 메리트가 큰 국내 주식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다만 단기 매매보다는 장기 투자로 마인드를 바꾸고 각자 기대수익률에 맞춰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부자가 된 사람은 대주주들이었다"며 "단기 투자자는 주식을 가져봤지, 시세를 가져보지 못했다. 개인들도 대주주 마인드로 투자를 해야 할 시기"라고 꼬집었다.
허 대표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원하면 대형주,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면 중소형주를 사놓고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놓은 '주낙'처럼 각자 투자 성향에 맞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저평가 종목을 스스로 고르기 어렵다면 펀드 투자가 대안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다만 허 대표는 예측하지 못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코스피 상승세를 가로막을 가능성은 열어놨다. 그는 "승승장구하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지지율이 26%로 내려갈 걸 누가 예상했겠느냐"며 "대북 악재를 비롯한 예상 밖의 정치 이벤트가 발생하면 증시가 출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