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주식시장이 더 좋아져도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직접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데도 외국인과 기관만 매수에 나설 뿐 개미들의 투자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삼성증권이 보고서를 내놨다.
17일 18개 OECD 회원국의 지난 10년간 가계금융자산 분석을 통해 '한국 개인의 주식 구매력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삼성증권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 투자성향이 보수화하면서 앞으로도 개인투자자가 직접 주식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0년 이후 지난달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약 40조6000억원 이상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대신 기관투자자들이 이 물량을 사들이면서 2000년 이후 기관투자자는 30조8000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같은 기간 25조9000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잔액도 지난 2013년 65조8000억원에서 지난 5월말 51조원까지 줄어들면서 약 15조원이 감소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직접투자 뿐만 아니라 간접투자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왜 외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삼성증권은 미국·핀란드·네덜란드·스위스 등 18개 OECD 회원국의 ▲연령대별 인구 구성비 ▲전체 고용 중 임금근로자 비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자산 비중 ▲배당수익률 수준 등과 주식 직·간접투자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이들 4가지 변수는 모두 주식 직접보유(주식 현물매수 및 펀드투자)와 관계없는 것도 나타났다. 가령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가계가 주식투자를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임금근로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GDP대비 금융자산 비중이 늘어날수록 주식의 간접보유(가계가 연금·보험 등에 가입한 이후 운용기관 투자분)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시장이 성숙할수록 개인이 직접 주식을 투자해 보유하기보다는 기관위주의 투자시장이 형성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가계 금융자산 비중이 지난 2012년 대비(통계청 조사) 0.4% 가량 늘어나는 등 경제성장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금융자산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산 투자시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안정성을 꼽는 가계가 전체의 75%를 차지하면서 주식 직접투자 회피가 심화되고 있다. 설령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최근 해외 재간접펀드, 부동산펀드 등 해외분산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직접 들어올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는 게 삼성증권의 분석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에서도 고용안정성이 높아지고 금융자산 축적이 늘어날수록 개인이 직접 주식을 투자하기 보다는 보험이나 연금등을 통한 간접보유의 경로로 투자 패턴이 바뀌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증시가 호조를 보이더라도 과거처럼 대규모 개미의 자금이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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