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의 세탁선 모습. 피카소가 이 곳에서 새로운 동료를 만나 세기의 작품을 남겼다 [사진제공 : 현대카드] |
프랑스 파리 북부 몽마르트르의 라비냥가 13번지에 위치한 연립건물 '세탁선(Bateau-Lavoir)'. 프랑스 시인 막스 자콥이 명명한 이 연립주택은 모프라부터 로랑생과 피카소 등 세기의 예술가들이 아틀리에를 차리면서 새로운 예술의 중심지가 됐다.
단순 주택이 예술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교류에 있었다.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수 많은 대화와 교류는 곧 다수의 명작으로 이어졌다. 피카소가 자신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 페르낭드 올리에를 만난 곳도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피카소의 소개로 여러 아티스트들과 예술적 교류를 나눈 곳도 이 곳 세탁선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에도 세탁선이 들어섰다. 강남역 인근에 자리 잡은 코워킹스페이스 '스튜디오 블랙'이 주인공이다. 건물의 분위기와 컨셉은 다르지만, 다양한 구성원이 집결해 교류로써 시너지를 발휘하는 분위기가 세탁선을 닮았다. 최근 한국에 생겨난 코워킹 스페이스의 대부분은 테크 기반 스타트업이 주 고객이다. 반면 스튜디오 블랙 입주자들은 디자인, 패션, 문화 예술, 광고,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소규모 기업과 1인 기업이다. 현대카드는 이들을 '크리에이터'라고 부르고 있다. 스튜디오 블랙 10층에 마련된 '라운지 플로어'에서는 프랑스의 살롱문화처럼 입주자들의 자유로운 네트워킹과 아이디어 교류가 흐르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일하다 교류가 필요한 시간이면 라운지와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발레앤모델(BALLET & MODEL)'과 '프레임바이(FRAME BY)다.
먼저 발레앤모델은 발레와 모델이라는 콘텐츠를 비즈니스화한 회사다. 1인 기업으로 시작한 발레앤모델은 무용가 출신의 최준석 대표가 2016년 설립했다. 최대표는 한국 남자로선 최초로 볼쇼이 안무가 자격을 딴 발레 전공자다. 모스크바 국립 예술대학 유학길에 오른 후, 볼쇼이에서 박사 과정까지 밟았다. 볼쇼이 시절, 자신의 관심이 무용수보다는 발레를 가르치는 쪽이라는 걸 깨닫고 키즈교육사업을 구상했다. 여기에 모델 영역까지 붙여,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발레와 모델을 접목한 새로운 키즈교육사업을 완성해가고 있다. 사업 구체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발레앤모델은 스튜디오 블랙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었다. '피크닉투현대카드(Picnic to Hyundai Card)'라는 인사이트 투어를 통해 외부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현대카드의 사내 어린이집을 돌아보고 교육 프로그램을 참고할 수 있었으며, 입지와 인테리어에 대한 조언부터 사업 관련 협력업체 미팅연결까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큰 힘이 됐다. 현재는 프로그램 및 운영방식을 가다듬고 있으며 올해 9월 강남에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프레임바이의 양지호 대표 역시 스튜디오 블랙에 입주한 대표 크리에이터다. 디자인을 전공한 양대표는 Kingston University BA Hons Product & Furniture Design Course를 마치고 2012 D&AD NewBlood (신진 디자이너 및 학생 부문) 가구 부문 입상 등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디자이너인 양대표가 사업 아이템을 정한 계기도 특별하다. 스튜디오 블랙에 막 입주할 당시, 스튜디오 블랙 멤버십카드의 디자인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영감은 곧 사업 아이템에 대한 구체화로 이어졌다. 오직 카드만을 위한 핸드폰 케이스를 디자인해보자는 생각에 100여개의 3D프린터 모델과 500여개에 달하는 시제품을 제작했다. 올해 4월부터는 제품개발 특허와 일본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임바이는 '세상 모든 카드를 액자에 담다'를 목표로 디자인 역량을 십분 발휘한 독자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발레앤모델와 프레임바이는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을 통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었다. 사업 가시화를 위해 프로모션 및 이벤트 기획 전문가가 필요했던 발레앤모델은 현대카드와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맺어 온 BTL 광고 이벤트 전문 대행사를 소개받아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프레임바이 역시 카드전용 휴대폰 케이스라는 사업 아이템에 맞춰, 현대카드와 익스클루시브한 제휴 관계 및 마케팅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프레임바이가 3D프린터기를 처음 접한 것도 스튜디오 블랙이다. 3D프린터기를 포함해 각종 디자인툴이 구비된 스튜디오 블랙의 테스팅룸은 프레임바이의 제품 연구소가 됐다. 이와 함께, 입주한 크리에이터들은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조직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도 스튜디오 블랙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주 열리는 다양한 강연과 네트워킹 이벤트는 사업에 필요한 지식을 넓히고 다양한 파트너십을 가능하게 한다. 회계와 법률, 브랜드와 마케팅 그리고 정보보안까지 신생 기업이 하기엔 힘든 영역을 공유와 교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연립주택 세탁선이 예술가들에게 자유로운 환경에서 예술적 창조력을 키우는 토양이 되었듯, 스튜디오 블랙은 IT를 비롯한 디자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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