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핀테크社 해외송금 `수수료 혁명`

■ 내달 15일 본격 서비스

# 직장인 이선경 씨(54)는 미국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에게 한 달에 한 번씩 100만원가량의 생활비를 송금한다. 평소 거래하던 주거래 은행 창구에서 송금하면 송금 수수료에 별도 환전 수수료까지 붙어 4만~5만원의 송금비용이 들었다. 해외송금 수수료에 불만이 컸던 이씨는 다음달부터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하는 핀테크(Fintech)업체를 이용할 예정이다. 핀테크업체를 통한 해외송금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돈을 보낼 수 있는 데다 수수료도 은행 수수료보다 70% 싼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서다.
40여 개 핀테크업체가 다음달 15일부터 해외송금 서비스에 본격 나선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송금 절차가 간편한 데다 은행 절반 수준의 수수료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그간 시중은행이 독점해온 연간 10조원 규모의 해외송금 시장이 급격히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송금은 지금까지 반드시 은행 등 금융회사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다음달 15일부터 핀테크업체가 개발한 간편 해외송금 서비스를 활용해 해외송금을 할 수 있게 됐다. 핀테크업체를 통한 송금 가능액은 건당 3000달러 이하, 연간 누계 2만달러까지다. 핀테크 해외송금 서비스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핀테크업체별로 해외송금 방식은 각양각색이지만 공통점은 시중은행과 달리 별도의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은행을 통한 해외송금은 국제금융통신망인 '스위프트(SWIFT)망'을 이용하는데 돈을 보내려면 '송금은행→중개은행→수취은행'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 송금 수수료 외에 중개은행 수수료, 은행 간 전신문을 주고받는 데 드는 '전신료', 돈을 찾을 해외 현지 은행에 내는 '수취은행 수수료' 등이 붙는다. 여기에다 별도 환전 수수료까지 더하면 송금액의 약 4~5%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은행을 통해 미국으로 100만원을 보내려면 송금 수수료(1만원), 전신료(8000원), 중개은행·수취은행 수수료 약 20달러(2만2000원)에 환전수수료(약 1만원)까지 더해 수수료 5만원가량이 든다. 그러나 핀테크를 통한 해외송금은 별도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고 환전 수수료도 없으며 송금액의 1~2% 수준의 송금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 미국으로 100만원을 보낸다고 가정하면 1만~2만원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8일부터 소액해외송금업자 등록을 받는다. 핀테크업체 40여 곳이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핀테크업체가 소액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하려면 자기자본 20억원 이상, 부채비율 200% 이내 등 조건을 갖춰야 한다. 또 핀테크업체 파산 등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일평균 송금 금액의 3배를 이행보증금으로 예탁해야 한다. 다만 핀테크업계 일각에서는 소액해외송금업자 등록을 받더라도 '송금사유코드' 이슈 때문에 실제 서비스 시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금사유코드란 한국은행이 해외송금 목적에 따라 부여하는 코드로 모든 송금에는 '무역 대금' 또는 '해외 자본 투자' 등 별도 코드가 부여된다.
하지만 핀테크 해외송금의 경우 아직 별도 코드가 부여되지 않아 핀테크 업체가 영업을 시작해도 정작 해외 파트너사나 은행에 돈을 보낼 수 없는 실정이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아직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코드 부여가 늦어지면 실제 서비스 시작이 2~3개월 후로 지연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