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최근 한 달 사이 MP그룹 주가는 20.3% 하락했다. MP그룹은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검찰 조사 대상이 된 미스터피자의 본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이날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전 회장은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 중간 공급 업체를 끼워넣는 방법으로 치즈를 비싼 값에 강매했다. 검찰이 파악한 정 전 회장의 횡령·배임액은 총 11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스닥 상장사 MP그룹 주가는 상장 이후 최저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주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가 최근 한 달간 순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의 과대한 낙폭에 대한 의문과 함께 주가가 바닥을 확인했다며 매수에 나선 상태다. 증권 업계는 이들 기업에 대해 보고서를 통한 의견 제시를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 개선세를 이어간다면 중장기적 주가 회복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하락세의 지속 여부다. 정부가 기업 관행 개선을 위해 제재를 어느 정도 강하게 할지에 따라 관련 종목의 주가 향배도 결정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경제 질서 확립을 강조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골목상권 보호와 재벌 개혁을 내세웠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의지가 주식시장에 전해지면서 불공정 거래 관련 기업들에 투자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제재 대상에 대해서도 당국은 이전과 다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 과징금 정도로 끝내지 않고 엄중한 처벌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은 그나마 이 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지배구조 개선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준비해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견 그룹사는 대기업과 달리 타격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업종 특성상 다수의 가맹점주 및 근로자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주 주가도 이 같은 분위기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림그룹이 공정위의 제재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제일홀딩스가 큰 타격을 입었다. 상반기 코스닥 공모주 시장 최대 공모 규모(4219억원)를 기록한 제일홀딩스는 상장 후 3거래일째인 4일 1만8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2만700원)보다도 12.8% 낮은 수치다. 기관과 외국인이 3거래일간 302억원, 141억원 순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모주를 청약한 주주들은 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공모가를 정할 때도 하림그룹 측은 "시장과 상장 이익을 나누겠다"는 취지를 밝히며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 결과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가를 정하기도 했다. 중간지주사 하림홀딩스 주가는 지난달 5일부터 한 달간 4.8% 하락한 상태다. 이 밖에도 그룹 내 상장사 하림(-16.4%), 팜스코(-9.4%), 선진(-10.7%), 엔에스쇼핑(-6.0%) 주가가 같은 기간 모두 하락했다. 앞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개인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편법을 이용해 거액의 증여세를 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림그룹은 과거부터 불공정 거래 문제 때문에 여러 차례 공정위 제재를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편법 증여 관련 논란에 대해 억울한 점이 많다"면서 "2012년 아들에게 지분을 넘길 당시 법률 자문을 받아 합법적으로 진행했으며 지금 다시 검토해봐도 법을 어긴 부분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들이 제일홀딩스의 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같은 날 김 회장은 "일부 보도에서 44.60%의 지분을 보유한 아들이 제일홀딩스의 대주주라고 지적하지만 이는 개인 회사 두 곳을 합친 숫자"라면서 "아내와 함께 47.36%의 지분을 갖고 있는 내가 여전히 최대주주"라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이 이를 계기로 차입금을 줄이고 채무보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림그룹은 팬오션 등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그만큼 유동성 압박이 가해졌을 것으로 해석된다. 걸림돌이 됐던 지주사 체제 정리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제일홀딩스는 하림그룹의 최상위 지주사라는 기업 가치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상장을 감행했다. 이는 코스닥 상장사인 하림홀딩스와의 합병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하림
현재 제일홀딩스를 비롯한 하림그룹주의 낙폭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성호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