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비밀수첩-140]
-7개월 연속 상승 랠리 썼지만 시장은 덤덤
-순매도 기조 6월 들어 순매수 전환했지만
-구글 검색 건수는 연 중 내내 차이 없어
-앞으로 지수 더 오르더라도 상황 비슷할 듯
↑ 코스피가 장중 2,400선을 돌파한 지난 6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최근 만난 증권사의 투자전략담당 임원 한 분은 흥미로운 얘기를 했습니다. 코스피가 이렇게 쭉쭉 가고 있는데 사람들이 주식에 별로 관심이 없더라는 겁니다. 요새 장이 워낙 좋으니 지방에서 열리는 주식투자 설명회에 참가하는 게 이 임원의 중요 일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체감한 사람들의 주식투자 열기가 생각만큼 뜨겁지 않다는 게 이 임원의 지적입니다.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종목만 올랐기 때문이겠죠.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1년간 정말 가파른 성장을 했습니다. 특히 50조원이 넘는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지난 4월 이후로는 주가가 한 단계 더 탄력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주당 140만원 안팎에 거래되던 삼성전자 주식은 6월 들어 주당 240만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1년 새 주당 100만원이나 오른 주식이 한국에 얼마나 있었을까요. 삼성전자 지분의 절반 정도는 외국인이 들고 있고, 나머지 지분도 대주주와 기관투자가 몫을 감안하면 개인 유통 물량은 별로 없는 편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뻔한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에는 삼성전자는 소위 너무 '무거운 주식'이지요. 한 달 월급을 털어서 1~2주 사는 형편이니 쉽게 손이 가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최근 코스피 상승은 삼성전자 주가의 가파른 랠리에 기댄 바가 큽니다. 시가총액만 300조원이 넘는 대장주가 고군분투해 지수를 위로 밀어올렸으니 삼성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주주들은 2400이란 숫자가 보여주는 것만큼 지수 상승을 체감하지는 못한 겁니다. 물론 삼성전기를 비롯한 IT주와 우리은행,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주도 많이 뜨긴 했지만 시장 전반이 '으쌰으쌰' 하는 상황까지는 아니었던 거지요.
주식시장을 보던 싸늘한 개인 눈길은 매매동향에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연초부터 지난 5월 말까지 개인이 팔아치운 코스피 주식만 5조3700억원어치에 달합니다. 내가 가진 주식 시세가 좀 오르니까, 아니면 물려 있던 주식이 본전이 됐으니까 그저 던지기에만 바빴던 겁니다.
그런 개인투자자 행보가 6월부터 좀 달라지기는 했습니다. 코스피 순매도에 나섰던 개인이 순매수로 방향을 틀었거든요. 6월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주식을 1조3000억원가량 순매수하며 1년여에 달하던 '셀 코스피' 랠리를 끝냈습니다. 그리고 6월까지 코스피는 7개월 연속 상승이라는 코스피 역사상 처음 있는 대기록을 썼지요. 이전까지 코스피가 6개월 연속 상승 마감한 것은 이번까지 포함해 네 차례 기록이 있는데, 올해 이 기록을 뚫고 7개월이나 연속 상승하는 기록을 만든 겁니다. 쉽게 말해 개인투자자들이 참고 참다가 그래도 지수가 오르니 뒤늦게 코스피에 뛰어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 시장에는 상반된 두 개의 신호가 있습니다. 주식 전문가들이 현장에 나가보면 열기가 예상만큼 뜨겁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식을 팔아치우기만 하던 개인들은 6월 들어 방향을 바꿨습니다. 증권사 일각에서는 이 수치를 들어 2400을 돌파한 코스피가 더 갈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보통 상승장의 마감은 상승장에서 주식 물량을 매집하던 외국인과 기관이 개인에게 물량을 떠넘기며 끝난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개미가 몰리면 증시는 꼭지'라는 주식판 격언도 나오지요. 이 때 시세 그래프는 활처럼 급격히 휘면서 곧 있을 하락을 예고합니다. 눈이 벌개진 개미들이 '묻지마 매수'에 나설 때 보통 지수가 한 단계 급격히 더 오르고 내려앉는데, 이번 상승장에는 아직 이런 움직임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겁니다. 들어와야 할 개미들이 아직 주식에 관심이 없으니, 지수가 더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개인들이 외국인과 기관의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역사를 뒤져보니 이런 경향이 나올 때가 많이 있다는 겁니다. 6월 들어 개인이 코스피 순매수에 나선 것은 이런 신호의 초기라고 생각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지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6월 개인 순매수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전까지 팔아놓은 주식이 너무 많기 때문에 6월 한 달 샀다고 그게 뭐 대수냐는 거지요. 개인의 대다수는 아직까지도 주식에 별 관심이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구글 데이터로 찾아보면 어떨까요. '구글 트렌드' 힘을 빌려보기로 했습니다.
구글 트렌드의 빅데이터는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해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논리의 근간은 '사람들이 키보드 앞에서 치는 검색어는 그 사람의 선호를 진실에 가깝게 반영한다'입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아닌 나와 키보드의 관계에서 굳이 '밀당'을 하면서까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는 거지요. 실제 설문조사 결과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힐러리 클린턴 지지율을 훨씬 밑돌 당시에도 트럼프의 구글 검색 비중은 힐러리를 압도했습니다. 그만큼 정체를 드러내기 꺼려 하는 숨은 표가 많았다는 얘기겠죠. 그렇다면 구글에서 본 한국의 개인투자자 심리를 지금 어떤 상황일까요.
↑ 구글 트렌드로 살펴본 지난 1년 동안의 `코스피`와 `주식` 검색 동향. |
그런데 사실 지수의 변동은 그 이후가 훨씬 드라마틱했죠. 2000으로 시작한 지수가 2400까지 내달렸으니까요. 그런데 지난해 12월을 정점으로 하향 조정한 검색 빈도는 평온하기 그지없습니다. 시장의 광분이나 조급함, 지금이라도 빨리 매수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긴장감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습니다.
↑ 구글 트렌드로 살펴본 지난 3개월 동안의 `코스피`와 `주식` 검색 동향. |
결국 개인투자자들은 지금 주식시장에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코스피가 상승 초입이던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개인들은 한 번도 흥분하지 않았습니다. 장은 좋은데 흥분하지 않았다는 건 결국 무관심하다는 뜻이겠죠. 자, 그렇다면 여기서 지수가 더 간다면 개인들이 다시 불나방처럼 달려들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례 없는 7개월 연속 상승 랠리에도, 한 달간 6% 넘게 뛰었던 5월의 뜨거운 장에도 개인들은 주식시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지수가 좀 더 가더라도,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지수가 반대로 단기 급락장으로 흘러갈 때는 주식 또는 코스피를 검색하는 빈도가 단기에 크게 늘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손실 기피 심리'가 있거든요. 장이 내릴 때 주는 아픔이 장이 오를 때 주는 기쁨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지요. 고통에 더 민감하다는 뜻입니다. 상승장이 급작스레 꺾여 약세장으로 만약 돌변한다면, 지금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매도 타이밍을 재기 위해 분주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인터넷에서 주식시장과 관련된 정보를 부지런히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약세장의 골이 좀 더 깊어지며 오른 지수 상당수를 일시 반납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얘기입니다. 한국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느는 등 최근 코
[홍장원 증권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