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두 은행이 서로를 의식해 해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무리한 베팅을 일삼을 경우 '한국 금융회사는 봉'이란 인식을 심어줘 향후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사업 확대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공개되면서 이스트웨스트은행 주가가 폭등하며 매각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매각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4월 필리핀 증시에서 한 주당 20페소 수준이었던 이스트베스트은행 주가는 지난주 말 현재 29페소로 폭등해 2개월 새 무려 50% 가까이 치솟았다. 2014년 5월 30페소를 기록한 이래 3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 때문에 이스트베스트은행 시가총액은 438억페소(약 1조원)로 뛰었다. 매각 추진 지분 20%를 기준으로 보면 2000억원 수준인데 은행 측이 요구하는 프리미엄을 더하면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연일 상승하자 은행 측은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에 당초 7월로 예정됐던 최종 입찰 일정을 8월로 연기해 최종 매각 가격이 4000억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금융권에서는 13위권 중형은행인 데다 경영권 행사도 할 수 없는 소수 지분 매입에 한국 '빅2' 은행이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괜히 현지 은행 몸값만 올려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두 은행은 "절대 신한(국민)은행에 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인수 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한은행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에서 국민은행뿐 아니라 우리은행에도 밀리며 3위로 추락해 더 조급한 상황이다. 2015년 마닐라에 지점 1곳을 낸 후 현지 출점 자체가 전무했던 만큼 필리핀 시장에서 어떻게든 영향력을 넓히려다 보니 무리한 M&A임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국민은행도 자존심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무리한 인수전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에 다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스트웨스트은행은 현지 소매금융이 강한 은행으로 투자 가치가 있다고 봤다"며 "신한과의 경쟁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