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그룹 계열사 지각변동
외국인들이 올 상반기에 LG그룹 계열사 주식을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도 계열사 간 경쟁에 따른 이익 동반 상승 효과 때문이다.
작년 영업이익 기준 그룹 내 서열 1위였던 LG화학이 올해는 3위로 내려앉고 대신 3위였던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선두로 도약할 정도다. 올해 3인방의 영업이익 합계는 사상 최대인 8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지난달 27일까지 LG그룹 계열사 11곳의 시가총액 상승분은 21조3441억원이다.
상승 총액으로 따지면 같은 기간 삼성그룹(16곳·91조8982억원), SK그룹(17곳·25조2607억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작년 말 대비 시총 상승률로 보면 LG가 30.9%로 현대차를 포함한 4대 그룹 중 단연 1위다.
이 같은 계열사 주가 상승은 외국인이 이끌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LG그룹 계열사 주식을 2조189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시총 기준 25대 그룹 중 올 들어 순매수 규모 1위다. 외국인의 LG 선호 현상은 계열사 간의 시너지로 이익이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는 선택과 집중 현상이 나타나면서 실적 턴어라운드에 따른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 초 가전 전문인 조성진 부회장이 LG전자의 수장이 되면서 TV, 냉장고와 같은 프리미엄(고가) 가전 제품 판매가 늘고 있고 여기에 디스플레이를 납품하는 LG디스플레이도 실적이 껑충 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LG전자의 경우 적자를 키워온 스마트폰의 모델 수를 확 줄이면서 비용을 줄인 게 이익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그룹의 '맏형' LG전자는 작년까지 덩치에 비해 이익을 못 내 체면을 구겼다가 올해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 매출은 계열사 중 가장 많지만 영업이익 1등은 2014년(1조8286억원)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영업이익은 2조8064억원으로 작년(1조3378억원)보다 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그룹의 주력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자리매김할 태세다. 작년보다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늘어난 3조4639억원에 달해 LG전자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뒷심이 강할 것으로 평가한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9000억원대에 그치지만 하반기엔 각각 1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이익 추정은 향후 대형 TV 수요가 받쳐준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이상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업체들이 65인치 이상 패널 공급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고 이를 감안하면 하반기 대형 패널 가격은 다소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TV에 들어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주력 사업이지만 향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로 투자를 집중해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LG가 이를 대체할 경우 삼성을 견제하려는 애플과 구글이 LG에 물량을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며 "현실화될 경우 LG 주요 수익원이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그룹 넘버원 캐시카우였던 LG화학(2조7007억원)은 올해 3위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유가 하락 탓에 올 1분기 실적 강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유가는 올 상반기
이 같은 우려에도 LG화학은 국내 업종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2분기 기준 LG화학은 롯데케미칼보다 높은 6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