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제공: 금융위원회] |
금융감독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대출현황 보고를 요구하고 대출이 늘 낌새라도 보이면 각 회사 대표를 소환해 단속에 나서면서 개점은 하되 영업이 없는 상황을 석 달째 지속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대출상품 광고 등 마케팅 횟수를 줄이거나 전면 중단하고 있다.
통상 저축은행 신용대출 영업은 광고를 많이 하면 실적이 늘어난다. 광고를 하면 대출 신청이나 문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저축은행이 광고를 줄이거나 중단했다는 것은 신용대출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OK저축은행은 현재까지는 기존 광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날에는 금융당국이 업계 1~2위 저축은행인 SBI, OK를 비롯해 JT, 현대, 페퍼 등 신용대출 취급이 많은 곳의 임원을 불러 가계부채 상황을 다시 점검했다.
대형사 한 관계자는 "심지어 대표가 신용대출 영업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대표들에게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처음에는 지난해 취급한 가계대출의 10% 이내로 증가율을 관리할 것을 주문하더니 나중에는 한 자릿수 이내로 더욱 압박했다.
수익성 높은 신용대출이 주춤하자 업계는 실적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가까스로 살아난 영업과 실적이 대출규제로 상승세가 꺾이면서 올초 계획한 목표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저금리에 늘어나는 수신액도 골머리다. 돈을 받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어서다. 기업 대출로 활로를 모색해 보지만 이미 할 만한 곳은 은행권이 잠식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보다 무서운 것이 금융당국"이라며 "시키는 대로 해야지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신용대출을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스탁론 상품의 금리를 올려 다른 업권으로 대출을 유도하는 고육책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출총량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저신용·서민 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상당수 저축은행이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대출을 크게 줄인 상황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저축은행에서 취급한 가계대출 중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비중은
저축은행 대출에서 밀려난 저신용자는 사금융 시장에서 급전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오히려 가계부실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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