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차 꼼수 대출` 40조…금융권 초비상

■ 은행聯 13일 긴급 대책회의

신용대출 승인의 허점을 파고든 40조원 규모의 '동시대출'로 인한 부실 가능성으로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으면 이 사실이 신용정보원 신용정보시스템에 반영되는데, 동시대출은 이것이 영업일 기준으로 최소 이틀이 소요되는 점을 악용해 하루 안에 여러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연쇄적으로 받는 것을 말한다. 특정 금융회사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인 신용정보원(2015년까지는 은행연합회)을 통해 개별 차주의 금융권 전체 대출금을 파악할 수 있지만, 대출 현황이 등록돼 공유되기까지는 평균 이틀가량 소요된다. 영업일을 기준으로 하루이틀 안에 대출을 받으면 전(全) 금융권에서 '묻지마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금융회사 간 신용정보 공유 시점의 허점을 이용해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보다 많게는 3배 이상의 대출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는 등 '동시대출' 규모가 전체 신용대출의 10% 수준인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해서 받는 대출이라는 점에서 동시대출은 정상대출보다 연체율이 2배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같은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의 총부채상환비율(DTI)처럼 일정한 대출한도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후 동시대출 사실을 알게되더라도 대출만기(1년) 안에는 대출을 회수할 수 없다. 금융회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일부 대출상담사가 포털사이트 광고 등을 통해 2금융권 중심의 동시대출을 종용해왔다. 대출정보 포털사이트·카페 등을 중심으로 이 같은 동시대출 노하우가 부적절하게 전파되면서 최근에는 개인이 직접 이른 시간 안에 여러 은행을 돌면서 동시대출을 받는 일도 늘어났다. 급기야는 모바일 대출 등 대출 실행 절차가 간단한 비대면 대출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동시대출 규모가 한층 더 확대돼 금융당국은 긴급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13일 은행연합회는 신용정보원, 금융연구원, 국제금융센터, 금융연수원 등과 관계기관 긴급회의를 열고 동시대출 현황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은행연합회 회의 결과를 전달받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지만 당장 뾰족한 대응 방안을 내놓기 힘든 상황이다. 통상 신용대출 한도는 연봉의 1~1.5배 범위에서 정해지는데, 고신용자가 아니면 대부분 1배를 넘기 어렵다. 연봉이 3000만원인 근로소득자 신용대출 한도가 3000만~3500만원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A은행에서 3000만원 대출을 신청한 직후 B저축은행에서 3000만원, 같은 방식으로 C상호금융, D카드, E캐피털에서 연쇄적으로 같은 금액을 대출받으면 1억5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연봉에 따라 4억원 이상의 동시대출을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피털사 한 관계자는 "동시대출은 일종의 '시간 차 사기대출'로 최근 모바일대출 등 비대면 대출이 늘고 있어 개인당 동시대출 금액이 급증할 수 있어 더 큰 문제"라고 경고했다.
[정석우 기자 /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