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1일 매일경제 레이더M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9.3% 늘어난 4조829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관투자가 수요가 몰린 결과 기업들은 당초 발행 예정이었던 3조9400억원어치를 훌쩍 넘겼다. 지난달 발행에 참여한 기업은 21곳에 달한다. 수요예측에는 8조455억원이 몰렸다.
지난달 회사채 시장에서는 서부발전·중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과 LG화학·호텔신라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함께 발행에 나섰다. 5년 만에 회사채 발행을 재개한 LG화학은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700억원을 모으면서 발행액을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렸다. 또 동부화재와 현대해상은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각각 4000억원, 3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 총 1조1580억원을 끌어모았다. A급 회사채 가운데서는 이례적으로 한화케미칼(A+)이 발행 목표의 9배가 넘는 4720억원을 모집해 발행액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2배 늘렸다.
신용등급별로 5월 회사채 발행 건수를 살펴보면 AAA급 5개(24%), AA급 9개(43%), A급 5개(24%), BBB급 2개(10%) 등으로 여전히 AA급 이상 우량채 선호 현상은 두드러졌다. 하지만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A)와 한화케미칼(A+)이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증액 발행을 결정했고 대림산업(A+) 롯데정밀화학(A+) 금호석유화학(A-) 등이 연달아 수요예측에 성공하는 등 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액과 수요예측 참여액이 함께 급증한 것은 기업들이 올해 하반기 금리 상승 국면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연말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밝힌 이상 하반기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은 자금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 발행 시기를 상반기로 앞당겼고 이에 따라 기관 투자대금도 함께 늘어났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은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국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며 "투자자들은 국공채 이외에 추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이 급증함에 따라 올해 회사채 누적 발행액 또한 크게 늘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5% 늘어난 22조5670억원을 기록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1월 3조600억원, 2월 5조6200억원, 3월 2조8800억원, 4월 6조1780억원, 5월 4조8290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 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급증했다가 다음달에는 2016년 결산과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사태로 급감했다. 이어 4월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으로 다시 급증했지만 5월은 장미대선 영향으로 소폭 줄었다.
다만 주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섬에 따라 하반기에는 오히려 발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 선발행 영향으로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