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는 이날까지 총 4574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6조541억원), 국내 채권형 펀드(-1조6744억원)의 썰물 같은 자금 이탈과는 달리 꾸준히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미국의 점진적인 금리 상승 분위기에 힘입어 대부분의 자산가들이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명 정크본드(Junk bond)라고 불리는 하이일드 채권은 투기등급 또는 투자부적격 등급에 해당하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말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기준으로 Ba1 이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 BB 이하인 채권이다. 빌려준 돈을 떼일 위험이 큰 만큼 이자(금리)가 높다.
일반적 채권은 기준금리 상승 시기 가격이 떨어지지만 하이일드 채권은 상대적으로 기준금리 등락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대신 경기 흐름에 따른 기업 부도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에 주식보다는 채권을 선호하는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기 대안 투자처로 하이일드 채권을 주목한다.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의 인기 원인은 물론 수익률이다. 올해 들어 평균 4.9%의 수익률을 올렸다. 지난 1년 동안의 성과는 13.5%다. 개별 펀드 가운데서는 연수익률 기준 'AB글로벌고수익' 펀드가 13.6%, '프랭클린미국하이일드' 펀드가 13.4%, '블랙록미국달러하이일드' 펀드가 12.2% 등의 좋은 성적을 냈다.
이에 대해 피델리티자산운용 관계자는 "일반 채권보다는 좀 더 수익을 추구할 수 있으면서도 주식보다는 안정적인 하이일드 채권 펀드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하이일드 채권 펀드는 미국 자산 비중이 높아 미국 기업들에 대한 전망이 좋을 때 인기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작년과 같은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미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가격이 상당폭 상승해 더 오를 가능성이 낮은 탓이다.
통상 채권 펀드 수익률은 두 가지로 구성된다. '연 0% 금리'라 부르는 이자수익과 금리 하락·상승에 따른 자본차익이다. 작년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펀드가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이자수익이 아니라 자본차익에서 크게 이득을 봤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 회복으로 부도율이 낮아지면서 하이일드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 가격이 크게 뛰었다는 얘기다.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 상무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 펀드의 가격을 보여주는 지표는 신용 가산금리인데, 1년 전 8%에서 지난 10일 3.6%로 내려왔다"며 "신용 가산금리가 떨어지는 만큼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이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하이일드 채권 가격이 역사적으로 아주 높은 가격은 아니지만 위험에 비해서는 그 보상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