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그룹 88개 상장사 구조조정 - 주가 분석해보니…
매일경제신문과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1일 시가총액 기준 10대 그룹의 계열사 88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 전체 직원은 2015년 64만4248명에서 작년 말 63만1666명으로 1만2582명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석 대상 중 같은 기간 직원이 줄어든 곳은 46곳으로 이들 회사 감축 규모는 2만1333명이다.
직원을 1000명 이상 줄이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곳은 7곳으로, 1만6445명이 줄어들어 전체 감축 규모의 77.1%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이 4332명을 줄여 가장 많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 6곳도 직원을 크게 줄였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구조조정을 단행한 대형사들은 이익은 늘어나고 인건비 등 비용은 줄어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가 모두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상대적 초과 수익률을 노린다면 작년 구조조정을 거쳐 올해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는 대형주가 유망하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지난달 27일까지 7곳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20.1%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익률은 올해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9%)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반면 조사 대상 88곳 중 작년 한 해 직원이 늘어난 41곳의 주가 수익률은 5.3%에 그쳤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인력 감축을 할 정도로 경영 사정이 안 좋은 기업들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크게 오르는 것은 턴어라운드 기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7곳 중 삼성전기, 삼성SDI는 2016년 영업이익 수준이 2015년보다 감소했지만 주가는 같은 기간 각각 43.5%, 24.8% 급등했다. 인건비와 같은 비용 감소 효과에 올해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카메라 부품업체 삼성전기는 올 1분기 영업이익 25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적자를 1분기 만에 극복했고 작년 전체 영업이익(244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갤럭시S8의 판매 호조가 실적으로 연결됐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2133억원에 달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에는 갤럭시S8 효과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쪽으로 카메라 부품 수출이 늘면서 실적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삼성전기와 삼성SDI를 1000억원씩 이상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올해 3800억원 이상 순매수한 삼성SDI도 작년에 직원을 1969명 줄였다. 이에 따라 전체 직원은 1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 업체는 올 1분기까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분기부터는 갤럭시S8의 흥행에 따른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 사업은 중국에 납품하는 전기차 배터리(전지) 부문으로 사드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소형 전지에서 흑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갤럭시S8의 배터리 공급 물량 중 80%를 책임진다.
현대중공업은 인력 감소와 각종 사업 매각을 통해 비용을 크게 줄였다. 이에 따라 주요 비용 요인인 판매관리비가 2015년 3조1000억원에서 작년 2조9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작년 말 기준 직원 한 명당 영업이익은 7000만원 선으로 올라섰다. 이 같은 턴어라운드에 주가는 인적분할에 따른 거래 정지일인 지난달 30일까지 13.4% 상승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한때 6000명에 달하던 직원을 작년 4500명 선까지 줄이면서 생산성을 크게 높인 효과를 보고 있다. 2015년 말 직원 한 사람당 2억4000만원의 적자를 내던 기업에서 작년 2000만원씩 영업이익을 내는 구조로 탈바꿈했다. 올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88억원으로 전년 동기
삼성전자는 작년 한 해 3698명의 직원을 줄였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조8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은 2015년 말 2억7000만원에서 작년 말 3억1000만원으로 높아졌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