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약규제 11·3 대책 6개월
↑ 올해 청약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부산 해운대의 초고층 아파트촌. [매경 DB] |
11·3 대책은 청약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나온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대책 직후 "예상보다 세다"고 평가했지만 지금은 "시장이 충격에 적응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기 단지와 그렇지 못한 단지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 정책의 성공이나 실패 여부를 떠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리얼투데이 분석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청약 1순위 경쟁률은 지난해 10월 19.76대1, 11월 20.48대1을 기록하다가 12월 7.99대1로 떨어졌고 올해 2월에는 1.43대1로 급감했다. 하지만 이사철에 접어든 3월 17.72대1로 반등했고, 지난달(27일 기준)도 14.29대1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 지역이 청약 조정 대상 지역인 서울은 지난해 11월 23.65대1에서 올해 3월 3.48대1까지 경쟁률이 떨어졌으나 지난달 들어 12.25대1로 회복했다. 청약규제 적용에서 사실상 비켜간 부산은 지난해 11월 205.89대1이던 경쟁률이 올 3월 135.31대1로 여전히 높았다. 세종시 역시 지난달 경쟁률이 104.77대1로 여전히 높았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11·3 대책 이전에 나타났던 과열 징조도 다시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청약이 이뤄진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제일풍경채 센트럴 견본주택에서는 심야 '떴다방'도 등장했다.
특히 입주 전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는 11·3 대책 직후 하락세로 돌아서 9주간 약세를 보였으나 연초부터 하락폭을 좁히더니 2월부터는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11·3 대책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했거니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속도를 내는 단지들이 특히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청약과 기존 주택시장 모두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전국 미분양 물량은 계속 쌓여 가고 있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1679가구로 지난해 12월 5만6413가구에서 3개월 연속 늘어났다. 3개월간 수도권 미분양은 1만8938가구에서 1만9166가구로 1.2% 늘어난 반면 지방 미분양은 4만375가구에서 4만2513가구로 5.3% 늘었다. 수도권에서도 서울은 줄어든 반면 인천·경기는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나 수도권 내에서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1·3 대책은 강남 재건축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을 겨냥한 것인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때문에 금방 회복했다"며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오히려 대책과 관계없는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분양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11·3 대책에 대한 평가는 이달 9일 대선 이후 시장 변화에 따라 다시 한번 바뀔 수도 있다. 이달 분양 물량은 6만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이 물량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인기 단지 쏠림과 비인기 단지 미분양이 동시에 늘어난다면 정부의 추가적인 대책이 나올 가능성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1·3 대책이 초반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 약발이 다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이 차별화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시장 상황에 맞게 신축적·탄력적·맞춤형으로 정책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