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기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보다 보험료가 최대 35% 싼 신(新)실손보험 이른바 '착한 실손보험'이 출시된다.
하지만 벌써부터 기존 상품보다 보장이 축소되고 자기부담금 비율(20%→30%)이 상승해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보험이 아니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기존 실손보험이 사망담보 등 여타 상품 끼워팔기로 보험료 상승의 원인이 되고 이에 따른 소비자 선택권 제한, 그리고 과도한 의료쇼핑 문제 등을 이유로 신실손보험을 기획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달부터 24개 보험사에서 손으로 하는 물리치료(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를 3가지 특약으로 뺀 대신 보험료를 줄인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한다.
새 실손보험은 낮은 보험료로 대다수 질병과 상해에 대한 보장을 담보하는 기본형(단독형)과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지만 도수치료(특약1), 비급여주사(특약2), 비급여MRI(특약3) 등 비급여 보장까지 가능한 특약형이 있다.
즉 상품의 골격은 보험금 지급이 많은 비급여 보장을 따로 분류해 보험료를 낮춘 기본형과 소비자가 원하면 비급여 보장까지 특약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의료쇼핑 등 실손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비급여 특약에 대한 자기부담금 비율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다. 더불어 연간 보장한도와 횟수도 제한했다. 실손보험 가입의 주된 목적인 비급여 진료를 받을 경우 기존 상품 대비 가입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증가하는 셈이다.
일단 모양새를 보면 보험료가 낮다는 점에서 좋은 상품으로 보이지만 소비자단체들은 금융위 설명과 달리 소비자들에게 결코 착한 보험이 아니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장이 기존 상품과 동일하면서 보험료를 낮췄다면 착한 보험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
또 실손보험 문제의 핵심이자 본질인 비급여 항목 표준화가 빠진 상황에서 상품이 나왔다는 점, 비급여 보장을 따로 특약으로 빼놓고서 보험료가 크게 낮아졌다고 홍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는 얘기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이달부터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신실손보험은 금융위 발표와 달리 '착한 보험'이 아닐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실제로 득이 되는 보험이 아니다"라며 "소비자들은 기존 상품에서 갈아탈지 여부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소비자원은 특히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범이 도수치료, MRI 등과 같은 비급여 항목인데 이를 억제하는 표준화 작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 국장은 "비급여 항목의 표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실손보험은 '밑 빠진 독'이고 '돈 먹는 하마'"라며 "보험료 안정화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실손보험료 인상 때마다 근본적으로 비급여 진료에 대한 표준화 필요성이 지적돼왔다. 같은 치료를 받아도 병원마다 치료비가 다르고 병원 측의 과도한 진료에 더해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의료쇼핑 등 도덕적 해이까지 발생하면서 실손보험 제도는 계속 도마위에 올랐다.
하지만 실손보험료 인상의 근본 원인인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한 표준화는 의료계 반발을 의식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 결과 제도 개선에도 실손보험료는 2015년 12.2%, 2016년 19.3%, 2017년 19.5% 인상됐다. 금융위의 '착한 보험'이라는 홍보와 달리 새로운 실손보험에 대한 비판이 벌써부터 쏟아지는 까닭이다.
금융소비자원 측은 기존 실손보험 수준으로 보장을 받으려면 '기본형+특약'을 가입해야 하는데, 특약 3가지의 보장 사유(비급여)가 모두 손해율 상승의 주범 담보들로 향후 특약 보험료 상승이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0세까지 보장을 받는다고 보험사들이 광고하고 있지만 고령이 되면 은퇴 등 수입이
오 국장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에서 '의원급'을 제외한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신실손보험 출시 이후에도 마음만 먹으면 의료쇼핑과 과잉진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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