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삼성생명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자살 관련 재해사망보험금 미지급액 전액을 수익자에게 지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지급 규모는 총 3337건, 금액으로는 1740억원에 달한다. 당초 알려진 미지급 총액(1604억원)보다 늘어난 수치인데 원금 외에 지연이자까지 모두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 지급 건수까지 새로 포함하다 보니 규모가 더 커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말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에서 김창수 대표에 대한 문책경고와 함께 회사에 재해사망보장 신계약 판매 3개월 중지라는 중징계를 받자 고심을 거듭한 뒤 이번에 조건 없는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 차원에서 긴급히 결정했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지급을 끝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화생명도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2011년 1월 24일 이후 미지급건(180억원)만 지급하겠다던 당초 입장을 뒤집고 지연이자를 포함한 1050억원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전액을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3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관련 사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한화생명도 지난달 금감원 제재심에서 차남규 사장에 대한 문책경고와 함께 영업 일부정지 2개월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은 상태로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삼성·한화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최종 징계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한화생명에 앞서 지연이자를 제외한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한 교보생명은 상대적으로 낮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측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모든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에 대한 징계 수위가 영업정지보다 낮아지면 신사업 3년 금지 조항이 풀리면서 삼성생명이 추진 중인 지주사 전환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도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의 지주사 추진과 해외 진출 등 신사업도 재개될 전망이다. 김창수 사장 연임 걸림돌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제재심 의결대로 최고경영자(CEO)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사 임원 선임이 제한돼 이달 중 주주총회에서 연임 의결을 앞두고 있던 김 사장 거취가 불명확한 상황이었다.
삼성·한화생명이 교보생명과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존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도 이사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겨우 설득해 결정된 것"이라며 "당초 전체 건에 대해 지급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