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면에서도 CES가 MWC의 1.5배 이상에 달한다. CES가 TV, 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라스베이거스 가전쇼'로 명성을 더해가던 무렵 고작 피처폰을 내세웠던 MWC는 몇 년 동안 참가 업체·참관객 등에서 정체를 겪기도 했다. 당시 전자 업체 관계자들이 "CES가 워낙 커져서 MWC는 별것 없다"는 반응을 내놨던 기억도 난다.
그러던 MWC가 2013년을 전후해 다시 성장세를 타며 규모를 키웠다. 스마트폰과 이에 따른 모바일 기술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MWC에 시선이 쏠렸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 전개되면서 MWC 위상은 더욱 커졌다. CES가 전시 중심을 가전에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으로 바꾸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스트럭처라고 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 기술 등 첨단 현장을 확인하는 자리는 MWC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MWC는 그렇지 못했다. 약했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비롯한 신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논의의 장을 제공했지만 최근 몇 년 새 볼거리가 가장 적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인이 뭘까. 삼성전자의 빈자리다. MWC 최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갤럭시 스마트폰 신작 발표가 올해에는 없었다. 황창규 KT 회장이 기조연설에 나서 '5G의 1인자'가 되겠다고 선언했고 LG전자가 새 스마트폰 G6를 선보이며 선전했지만 '갤럭시S8의 부재'는 생각보다 컸다.
우리 기업에 대한 주목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데 비해 화웨이 등 '중국 모바일 굴기'는 거침없었다. 여러 기술을 융합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파트너와 함께 생태계를 만드는 게 경쟁력을 좌우한다. 자율주행차 1대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도 필요하지만 도로 정보 등을 1초에 1GB나 처리할 수 있는 통신 기술도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걸 혼자 할 수는 없다. 생태계를 구성할 우군을 모으려면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과 비전을 파트너와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파트너들을 모으고 이들을 이끌려면 '잘난 체'할 필요가 있다. 가진 것도 없으면서 잘난 체하는 것은 문제지만, 한국 기업들은 그 정도 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그런데 너무 주눅
[김규식 모바일부 차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