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아파트 가격 거품이 사라져 투기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 찬성 측 입장이다. 반면 대형·중소형 건설사 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건설업 경착륙, 주택 공급 축소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반대 측 주장이다.
◆ 찬성 / 정동영 국회의원(국민의당)
실수요자 선택권 확대…분양권 투기예방 효과
소비자 선택권도 없다. 건설사의 과장 광고, 부실 공사, 바가지 분양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까지 사회적 문제도 심해진다. 아파트 가격 거품이 커지면 건설사의 분양 걱정은 없어지지만, 분양 이후 집값이 하락하기라도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는다. 후분양제를 하면 분양가가 오른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원가 검증도 없이 건설사가 주도하는 현재의 가격 결정 방식이 더 큰 문제다. 자유경쟁의 원리에도 벗어난다. 건설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분양 제도가 어떻게 시장원리에 맞겠는가.
국민은 분양원가 공개와 선분양제 개혁을 요구해왔다. 참여정부 역시 2004년 '아파트 후분양 활성화 방안'을 통해 기업의 자금 조달 및 소비자 부담 등의 문제점을 보완해 2011년까지 후분양제를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했었다. 2006년 서울시는 80% 완공 후 분양을 약속하고, 그해 9월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지금껏 후분양제를 실행하고 있다. 오히려 LH 등 공공아파트는 당장 시행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국회도 후분양제 입법으로 뒷받침하려고 한다.
다만 민간 건설사는 유동자금 한계를 고려해 우선 상호순환출자 제한 대상인 재벌에 한해 적용할 계획이다. 선분양제는 자유·공정 경쟁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부동산 거품의 핵심 원인이다. 거품 덩어리 아파트는 가계부채 증가와 전월세 상승의 원인이 된다. 건설 업계 역시 품질과 기술로 경쟁해야 튼튼하게 성장한다. 그뿐 아니라 불로소득과 투기로 인한 피해는 물가 상승과 자산 격차를 만들어 국민 경제에 큰 손실을 입힌다. 국회는 후분양제법을 입법화해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주택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 반대 /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입주자 자금부담 심화…단계별로 도입 바람직
오히려 아파트값을 일시에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 부담이 발생하고, 무엇보다 선분양 제도에서 소비자가 누렸던 입주 시까지의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리하다. 물론 이런 가격 상승은 지역별로 그리고 시기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게 보편적이지만,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의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이 오히려 제한돼 가격 상승분을 건설 업체가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건설 업체의 자금 조달로 인한 공사원가 상승과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도 예상된다.
건설업에 대한 영향을 살펴보면 먼저 자금력을 갖추고 인지도도 높은 건설사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비대한 건설업이 옥석 가리기를 통해 선진국형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완공 시점까지 투자비가 과다해져 중소 업체들은 극심한 곤란을 겪게 되고, 특히 최근 파이낸싱 관례를 보면 자금 조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속출해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건설업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건설업의 경착륙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실업 사태도 예상해볼 수 있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분양권 전매와 투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건설 업체의 전반적인 공급 축소와 재건축 사업 등의 지연이 예상된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공급 축소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잘되는 지역 위주로만 공급이 이뤄져 양극화 현상도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작년 경제성장의 절반까지 담당했던 건설업의 기여도를 감안할 경
이와 같이 후분양제의 강제는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법적 강제보다는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후분양제를 택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단계별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경기가 불안한 시기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일 것이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