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이 글로벌 1위 타겟데이트펀드(TDF) 운용사인 '뱅가드(Vanguard)'와 손 잡고 국내 TDF 시장에 뛰어든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TDF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이달 말 한국투자신탁운용까지 TDF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국내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폭이 크게 넓어질 전망이다.
TDF는 일종의 개인연금 상품으로 연령대별 맞춤형 투자상품이다.
가입자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기존 연금상품과는 달리 은퇴시점을 설정하면 연령대별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펀드다. 미국에서는 이미 1000조원 이상 판매된 노후대비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1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이하 KB운용)은 글로벌 1위 TDF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와 제휴해 TDF를 출시할 예정이다. 오는 3월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르면 6월경 상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KB운용과 뱅가드가 MOU 체결을 위해 법률 검토 등 제반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뱅가드는 1975년 인덱스펀드의 창시자인 '존 보글'이 설립한 세계 2위 자산운용사다. 전체 운용자산이 4620조원(4조480억달러)이며 그 중 TDF 운용자산만 250조원(시장점유율 약 30%)에 달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TDF 2위는 피델리티자산운용(약 24%)이다.
KB운용은 경쟁사들에 비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뱅가드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TDF 운용 노하우를 활용해 한국인의 생애주기에 보다 적합하게 맞춘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에 앞서 이달 말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투운용)이 글로벌 TDF 3위 운용사(시장점유율 약 20%)인 '티로프라이스(T.Rowe Price)'와 제휴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가입시점별로 나눈 7개 라인업을 준비중이며 펀드명은 '한국투자TDF'로 결정했다.
한투운용의 한국투자TDF는 앞서 출시된 삼성자산운용의 TDF가 해외자산에만 투자하는 것과는 달리 국내 주식과 채권에 원화로도 투자해 환율변동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박진환 한투운용 마케팅기획본부 부장은 "국내 TDF시장은 초기단계여서 선진국들의 해외투자망과 TDF 솔루션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선 투자 대상과 지역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년 6월 글로벌 6위 TDF 운용사인 '캐피탈그룹(Capital Group)'과 손 잡고 '삼성한국형TDF'를 출시한 삼성자산운용은 현재 7개 라인업의 상품을 운용중이다. 삼성한국형TDF는 8개월만에 설정액 600억원을 돌파, 공모펀드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선전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14일 기준)도 2.6%로 양호한 편이다.
새로운 TDF들이 줄줄이 출시될 예정임에 따라 노후준비를 위해 투자상품을 골라보려는 투자자들 선택의 폭도 크게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요즘과 같은 저성장 저금리 상황에서는 수익률이 극히 낮은 원금보장 상품만으로 은퇴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보다 적극적인 운용 상품을 권하고 있다. 시장지수만 추종하는 소극적인 투자로는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을 수 없어 길어지는 은퇴 이후 삶을 대비할 만한 목돈 모으기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TDF는 생애주기별로 주식 투자를 활용한 적극적인 운용으로 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에서도 TDF가 노후대비를 위한 대세 상품이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TDF 가입을 노리는 투자자들이라면 신상품들이 출시된 뒤 상품들의 특징과 제휴사의 실제 운용성과를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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