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투자주체 중 하나인 금융투자(증권사)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의 2131종목(ETF 포함)을 거래해 107억4000만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 투자주체는 크게 개인과 기관, 외국인으로 구분하는데 금융투자는 기관투자가에 속한다. 여기에서 금융투자는 고객의 돈이 아닌 증권사 고유의 자산 투자를 뜻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기관투자가 순매수의 53.5%가 증권사에 의해 이뤄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1월 전체 종목을 순매수했다는 점은 올해 주식시장을 좋게 본다는 뜻"이라며 "자기자산을 투입하는 만큼 매년 신중한 투자를 하지만 연간 단위 전망이 안 좋아지면 바로 매도를 할 만큼 과감한 매매패턴도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증권사들은 작년 1월 개별 종목 기준으로 삼성전자(283억원 순매수)를 투자 '장바구니'에 가장 많이 담았다. 네이버도 145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 두 주식은 작년 한 해 각각 43%, 18% 올랐다. 증권사의 투자 전략이 맞아떨어졌음을 보여준다.
또 이들은 작년 1월 동아에스티(503억원 순매도), 셀트리온(466억원), 아모레퍼시픽(359억원), 한미약품(303억원)을 대거 팔아 치웠는데 이들 몰락을 어느 정도 예견한 셈이다. 동아에스티는 작년 주가가 28% 하락했고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하반기 사드발 악재로 한 해 동안 22.4% 떨어졌다.
한미약품은 신약 기술 수출 계약 해지로 인해 작년 한 해 무려 58%나 주가가 폭락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의 자기자산 투자는 기본적으로 자산운용본부가 맡지만 리서치센터의 분석 보고서도 참고한다"며 "일반적으로 고평가된 주식을 팔고 저평가주를 매수하는데 연간 단위 혹은 중장기 투자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증권사들이 연초에 찜한 주식은 KB금융(476억원 순매수)이다. 지난달 외국인까지 124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가 올해 들어 10% 상승했다. 이 같은 쌍끌이 매수세에 힘입은 KB금융 주가는 지난달 말 4만7000원으로 신한지주(4만5900원)를 제치고 4년1개월 만에 은행주 1등에 올랐다. 증권사 3곳 이상의 전망치에 따르면 작년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에 달해 2011년 이후 5년 만의 '2조 클럽'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신한지주에 버금가는 계열사 구조를 형성하면서 전반적인 이익 구조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T는 성장성이 돋보이지만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 주식을 지난달 236억원 순매수했다. KT는 작년 22조74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KT 매출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4% 증가했다.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1조 클럽'에 들었다. 이 같은 호재에도 지난달 말 주가는 작년 말과 똑같은 2만9400원이다. KT의 올해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10.3배 수준으로 SK텔레콤(11배)이나 LG유플러스(10.6배)보다 낮다.
코웨이도 올해 들어 증권사(168억원)와 외국인(89억원)이 순매수 중이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은 종목이다. 국내 정수기 시장 점유율 40%의 '절대강자'로 올해 실적 개선이 나타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
한편 지난 1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셀트리온, 포스코, LG디스플레이를 순매도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이들 종목에 대한 목표주가를 크게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연초 매도세는 차익실현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