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추천 종목으로 미국의 구글과 엔비디아 같은 종목을 추천하면서도 국내에선 수혜주를 거론하기 꺼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작년에 각각 반도체와 인터넷 검색 분야라는 기존 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여 주가를 올렸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투자는 미미해 주목받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1일 매일경제신문이 작년 한국과 미국, 일본 증시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20곳씩 총 6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작년 말(12월 29일) 기준 미국 시총 톱 20개사 중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은 8곳, 같은 기준으로 일본(닛케이)은 5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개국의 주가지수 희비도 엇갈렸다. 미국 S&P500과 나스닥은 작년에 각각 11.8%, 7.5% 상승했다. 반면 국내 코스피는 3.3% 상승에 그쳤다.
한국 증시 주력은 유가증권시장 시총의 19%로 절대강자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현대모비스, 한국전력, 포스코와 같은 '굴뚝산업(전통적 생산·제조업)' 위주로 포진돼 있어 증시가 상대적 약세였다는 지적이다. 김군호 에프앤가이드 대표는 "미국과 일본 증시가 작년 한국보다 좋았던 것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의 유무 때문"이라며 "전통산업이 시총 상위를 차지하는 한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 행진을 펼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서 시총 상위 10곳 중 4차 산업혁명 관련주가 5곳에 달했다. 전 세계 시총 1위이자 미국 다우지수에 포함된 애플은 작년 시총이 13.4% 증가해 750조원을 넘었다. 이는 삼성전자(253조5000억원)의 3배에 달한다. 애플의 뒤를 이어 알파벳(구글 모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시총 10위권에 들었다. 2014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타이탄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애플은 구글과 함께 스마트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AI 관련 기업 M&A에 약 33조원을 투자해온 구글을 선두로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도 AI 업체를 사들였다. 특히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9월 AI 연합단체를 세워 공동연구와 규범을 만들며 독자적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 4차 산업혁명 관련주 8곳의 주가 수익률은 평균 12.5%로 나스닥 평균(11%)보다 높았다.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작년 7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이자 사물인터넷 핵심 기술을 보유한 영국 ARM을 36조원이나 들여 인수했다. ARM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설계 기술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한국 삼성전자도 뒤늦게나마 작년 11월 자율주행차 기술을 보유한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하며 4차 산업혁명에 뛰어들었다. 작년 3분기 기준 하만 전체 매출에서 커넥티드카 매출 비중은 45%에 달한다. 커넥티드카는 정보통신기술과 자동차를 연결해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차량을 말한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여부는 AP, 로봇, 그래픽 반도체와 같은 핵심 기술 보유 여부로 판가름 나는데 미국과 일본이 대부분 독점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4차 산업 혁명 관련주는 삼성전자와 네이버 정도를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매일경제신문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4차 산업혁명 관련 추천 종목을 의뢰했지만 일부 증권사는 아예 4차 산업혁명 관련 추천 종목을 내놓지 않았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나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실제 성과나 투자를 보여준 게 없다"며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기존 분야의 성장이 작년 주가 상승을 이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리서치센터장들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국내 주식보다는 새해 해외 주식 '직구족'을 위해 미국 엔비디아와 알파벳을 추천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의 AI 판단 관련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 업체로 작년에 200% 이상 주가가 뛰었다. 윤희도 센터장은 "글로벌 GPU 시장 내 독과점적 사업자로 실적 개선 속도가
그러나 경계론도 만만찮은 모습이다. 미국 월가 공매도 세력으로 알려진 시트론 리서치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엔디비아 주가가 올해 9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작년 주가 급등으로 인해 새해에는 19%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일호 기자 /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