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 시장에 이어 오피스빌딩 시장도 지난해보다 쇠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1일 매일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코람코자산신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오피스 임대시장은 후퇴기에서 불황기로 추락하면서 저점에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임차활동 감소, 임대료 하락, 공실 증가 등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해 정점에 이르렀던 오피스 투자시장은 향후 몇 년 간 내림세를 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2015년 조사에서는 오피스 투자시장에 대해 '침체될 것' 전망과 '회복될 것' 전망이 정확히 50%씩 차지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침체될 것' 답변이 69%로 '회복할 것' 답변(31%)을 압도했다.
이 같은 결과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지난해 12월 2일부터 7일까지 투자기관, 자산관리회사(AMC), 각종 유관회사 및 학계 등 총 81개 기관, 143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얻어졌다. 내년 오피스빌딩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전문가들은 '대형오피스의 신규 공급 감소'(22%), '대선 실시에 따른 경기 회복 가능성'(18%), '해외자금 유입 등 투자수요 증가'(15%)를 주된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요인보다는 부정적 요인에 대한 응답이 더 많고 다양했다. 부정적 요인 중 가장 많은 응답은 '경기침체에 따른 임차수요 감소'(36%)로 나타나 계속되는 신규오피스 공급량을 흡수할 수 있는 수요가 감소하는데 따른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금리인상 가능성 및 국내 국정혼란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와 '마곡·제2판교 등 경쟁 업무지구 및 지식산업센터 등 경쟁상품 증가', '구조조정·사옥이전 등에 따른 공실 증가' 등도 부정적 요인으로 지적됐다.
오피스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형 및 신축오피스 선호 트렌드에 따라 프라임 등급 오피스는 임대료 상승폭이 확대되나 중소형 오피스 임대료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물 규모 및 시설수준에 따른 임대시장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실률도 모든 지역에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여의도 지역의 공실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가 53%로 가장 많았다. K타워, 교직원공제회 신사옥, 파크원 등 대형오피스 신축이 예정돼 있고 타권역으로 임차인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명동에 신축한 대신파이낸스센터로 본사가 이전했고 미래에셋대우도 대부분의 직원이 을지로 센터원 빌딩으로 둥지를 옮겼다. 도심권에서 일련의 도시환경정비사업들이 마무리되고 프라임 오피스가 준공되면서 여의도 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여의도의 '금융보험 중심지'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성제 코람코투자신탁 부장은 "도심에 새 프라임급 건물이 많은 데다가 건물저층부에 식당·카페·리테일 시설도 아기자기하게 잘 갖춰져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기업들이 문화 콘텐츠가 많은 도심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렌트프리(오피스빌딩 주인들이 장기 임차인 유치를 위해 일정 기간 무상으로 업무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는 연평균 2.8~3.1개월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올해에도 이같은 수준이 유지되거나(51%) 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45%)이 많았다.
서울 주요 권역의 오피스 매매가격은 보합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임대료 변동률 전망에서 다른 권역대비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라는 답변이 많았던 여의도 권역에서는 매매가격 하락을 점친 전문가가 41%로 특히 많았다. 한동안 신축오피스 공급이 적은 가운데 기존 오피스가 노후화 됐다는 점, 향후 대형오피스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 입지 선호도 약화 등이 향후 여의도 오피스 전망이 어두운 원인으로 꼽혔다.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부동산투자에서 리테일(26%), 물류센터(25%), 오피스(24%), 주택(15%) 순으로 선호했다. 투자실적으로 본다면 아직까지 오피스의 비중이 가장 크지만 계속되는 매매가격 상승, 경쟁 심화, 임대수익률 저하 등으로 국내 오피스의 투자매력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과잉공급 우
오피스·리테일·물류센터·주택 등 이미 상당부분 투자가 이루어진 자산유형 외에 향후 투자를 검토하고 있거나 성장가능성이 있는 분야로는 공항·항만·발전소·철도·도로 등이 꼽혔다.
[용환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