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發 환율 쇼크 ◆
그러지 않아도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치·경제 리더십이 붕괴되기 일보직전의 백천간두 상황에 놓여 있는 한국 경제에 트럼프 외풍까지 몰아치면서 무질서한 원화값 급락과 이에 따른 자본 유출 패닉이 확대 재생산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 전 달러당 1135원이던 달러당 원화값은 이후 3거래일간 29.8원 급락했다. 달러화는 원화 외에 주요국 통화 대비 2011년 9월 이후 5년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이 같은 달러화 초강세 현상은 트럼프 당선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 커진 데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미국 차기 트럼프 정부의 대대적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재정 확대 기대감이 강달러 재료가 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경제정책 중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이 적지 않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등을 내세우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또 미국이 중국과 환율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큰 점도 커다란 부담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미·중 간 환율전쟁과 무역전쟁이 발생할 경우 중국 경제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외 싱크탱크들이 트럼프 당선으로 한국이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특히 미국이 예고한 대로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분간 달러 매수 추세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2인자인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칠레 중앙은행 콘퍼런스에서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이중 책무 달성에 근접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경기부양책을 제거할 근거가 강하다"고 발언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바 있다.
미시간대가 집계하는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87.2)보다 4.4포인트 상승한 91.6을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경제지표는 12월 미국 금리 인상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오는 15일과 16일에는 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통계가 발표되고, 17일에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증언이 예정돼 있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1180원대를 향한 상승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며 "추가 상승은 과도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최근 변동성이 커진 만큼 위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달러당 원화값 변동폭이 두드러졌다. 달러당 원화값이 전 거래일보다 2.2원 오른 1167.0원에 거래를 시작해 상승세를 유지하며 장중 1173.6원까지 올랐다. 이후 수출업체의 달러화 매도 물량(네고 물량)이 나오고 정부의 미세조정 개입 우려로 오후 한때 1166원 선까지 밀렸지만,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1170원 선 위에서 거래를 마쳤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국정이 마비된 점도 한국 경제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해 원화값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국내 유력 시중은행장은 "해외 투자자들 가운데 한국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의외로 많았다"며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 난맥으로 경제사령탑이 비어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 최순실 게이트의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후임 경제사령탑이 확정되지 않아 국내 경제정책 방향성이 모호해진 점이 외국인들의 매도를 유도하고 있다.
원화값이 급락하자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환손실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대거 매도 행렬에 나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자 취임 이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원화 약세 추세가 이어지면서 연말께 달러당 원화값이 1180~120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원은 "현재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