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석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 4분기 영업이익은 1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 정도 증가한다고 예상됐으나 유가가 급락하면서 이익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마찬가지 이유로 낮은 유가를 반긴다. 그러나 최근 유가 하락이 몰고올 경기 침체 우려는 장기적으로 화물 수요를 줄일 수 있어서 반드시 저유가가 긍정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한국전력은 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연료비와 전력구매비가 낮아져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1조7173억원(시장 컨센서스)으로 지난해에 비해 50% 늘어날 전망이다. 매출은 큰 변동이 없지만 원가 하락으로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5.83%에서 올 4분기에는 11%대로 훌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정유업종은 저유가 피해 업종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원유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지 않아 정제마진이 커지면서 정유업은 오히려 저유가의 수혜를 보고 있다. GS와 에쓰오일이 올해 저유가 상황에서 실적이 대폭 개선됐으며 SK이노베이션은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특히 이번에 미국의 원유 수출 재개로 미국 정유사들 원가 경쟁력이 약화돼 아시아 정유사들에는 유리한 환경이 마련됐다. 오정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내려갈수록 석유 수요는 늘어나고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정유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철강, 조선, 건설업계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부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동 국가들이 석유를 채취하는 플랜트 공사를 줄이고 원자재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신흥국 경기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10% 줄어든 역성장이 예고된 상황인데 저유가 영향으로 당분간 업황이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국 철강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급 과잉 우려도 남아 있다. 포스코 주가는 지난 2거래일 동안 0.1% 빠진 16만4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중동 경기가 식어가면서 중동 플랜트 수주 실적이 많았던 건설사도 유탄을 피해갈 수 없다. 현대건설은 중동 수주감소와 국내 주택건설 부문 선전으로 일단 이달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9% 늘어난 273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중동 수주에 난항이 예상되며 내년도 실적 예상치가 추가로
올해 3분기까지 조 단위 대규모 적자를 털어낸 현대중공업도 당분간 빠른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상선 발주는 지난해에 비해 26% 정도 감소했고 해양플랜트와 드립십 수요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