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이번주 중 '5% 이상 주주 보호예수' 관련 시행세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서 '상장 후 6개월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 보호예수 동의서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 단 '5% 미만 지분을 소유한 특수관계인만 거래소가 인정하는 경우 보호예수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을 뿐이다. 5% 이상 지분을 들고 있는 특수관계인은 무조건 6개월 동안 주식을 팔 수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호텔롯데 IPO는 이 규정 때문에 난관에 봉착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롯데 핵심 지주사 중 한 곳인 광윤사를 통해 호텔롯데 지분 5.45%를 보유하고 있는데 상장에 반대하는 그가 보호예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버텨왔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신 전 부회장이 보호예수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종전 규정으론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시행세칙이 바뀌면 상황은 달라진다. 거래소는 현재 특수관계인의 보호예수 동의서가 없어도 상장이 가능한 예외조항에서 '5% 미만'이라는 문구를 없앨 방침이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인이 보호예수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장 전후 피해를 보는 선의의 투자자가 없다고 거래소가 판단하면 상장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상장규정 시행세칙은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개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날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5% 보호예수 시행세칙 개정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2일이나 3일쯤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수관계인의 6개월간 보호예수는 상장 직후 주요 주주가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선의의 소액투자자가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지만 최근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보호예수 규정이 없다"며 "보호예수 규정에 따르면 95%의 주주가 찬성해도 대주주 친인척 등 5%만 반대하면 상장길이 막혀 소위 '알박기'로 악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스닥 상장이 무산된 바이오신약 개발업체 선바이오가 대표적이다. 선바이오는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기 전에 모든 특수관계인에게 보호예수 동의를 받았으나 이후 최대주주 형제 중 한 명이 주식을 장외에서 사들여 어깃장을 놓으면서 결국 상장에 실패했다.
상장을 원치 않는 최대주주가 보호예수를 핑계로 내세운다는 지적도 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기업들이 특수관계인과 짜고 보호예수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상장을 못한다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에 상장되면 공시 의무가 생기고 투자자들의 감시를 받기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는 내년 초 상장이 유력해졌다. 롯데그룹 핵심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초 늦어도 중순까지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이 당초 제시했던 2월 상장 일정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최대한 상장 예비심사서 제출을 앞당겨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예
재계에선 롯데쇼핑과 더불어 양대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상장이 마무리되면 상장에 반대해온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지가 줄어드는 반면 신동빈 롯데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손일선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