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폐지하겠다고 밝힌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이 존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의지도 9·1 대책 발표 때만큼 높지 않지만 그보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택촉법 폐지법 통과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1 대책에서 국토교통부는 택촉법이 과거 주택 공급 부족기에 도입된 특례법으로 최근 주택 부족 문제가 크게 개선돼 더 이상 존치할 실익이 없다며 폐지하겠다고 밝혔는데 1년여 만에 없었던 일이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1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택촉법 폐지법은 1년 넘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달 국토법안소위원회에서 1년 만에 처음 논의됐을 뿐이다. 2일 소위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지만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토부는 택촉법 폐지법안을 발의할 때까지만 해도 통과 의지가 컸지만 그 후로는 별다른 얘기가 없다"며 "지난달 소위에서 여야 의원들도 택촉법 폐지 필요성과 긴급성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도 "택촉법을 존치하고도 국토부가 신도시 택지지구를 지정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필요성이 생겨 법을 다시 만들 경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일단 택촉법을 그대로 두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정기국회에서 택촉법이 폐지되지 않으면 택촉법 폐지법안은 사실상 자동폐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어 선거 전까지는 법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거나 통과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19대 국회가 끝나고 20대 국회가 열리면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택촉법이 예정대로 폐지되지 않으면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택촉법 폐지를 전제로 그동안 위례신도시나 동탄2신도시, 광교신도시, 서울 마곡지구 등에 공급된 단지들은 분양만 하면 대박을 터뜨렸다. 위례·광교·마곡 등에 공급된 아파트들은 사실상 마지막 대규모 신도시 택지지구라는 희소성이 부각돼 분양가보다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2억원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국토부가 부인한다고 해도 신규 택지지구 지정을 할 수 있는 근거법이 그대로 살아 있게 되면 시장에 주는 심리적 충격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주택 공급과잉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추가 택지공급 가능성을 열어두게 돼 주택시장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국토부 태도는 단호하다. 택촉법이 존치된다고 해도 분당·일산·위례급
국토부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신규 택지개발지구 지정 사례는 없고 오히려 지구 해제·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며 "택촉법이 살아 있다고 해도 분당이나 일산·위례신도시 같은 대규모 택지지구 지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