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부실감사를 지시하거나 묵인한 회계법인의 대표이사는 3년 이상 회계사 자격이 박탈된다. 감사 실무를 수행하는 회계사들을 중간에서 관리감독하는 파트너급 회계사도 대표이사와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게된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도 지금까지는 대표와 담당임원만 처벌했지만 앞으론 감사 담당자도 최고 해임권고 등 처벌대상에 포함된다.
잇단 기업들의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를 줄이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조치다. 다만 이번 조치는 일러야 내년 2월부터 시행 예정이라 최근 논란이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은 소급 적용은 어렵다. 2013년 동양그룹과 2014년 대우건설에 이어 올해 대우조선해양까지 매년 주요기업들의 분식회계가 문제가 된 가운데 ‘사후약방문’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1일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의 ‘부실감사-분식회계 회계법인 대표이사 및 회사의 감사 제재’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40일간의 관련 업계 의견수렴과 규제개혁회의를 거쳐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반영할 계획이다. 세칙이 개정되면 이르면 내년 2월부터 발행되는 감사보고서부터 적용된다.
금감원의 이번 감사·회계 규정 개정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의 대표와 중간감독자까지 처벌 범위를 넓혔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회계법인이 부실감사를 하더라도 실무 감사업무를 수행한 회계사만 처벌대상이 됐었다. 이러다보니 실제 감사에 10명이 필요한 업무라고 해도 수익성이 우선인 회계법인 경영진 입장에서는 5명만 인력을 배정해 사실상의 부실감사를 초래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박희춘 금감원 회계전문심사위원은 “회계법인들이 꼬리자르기 식으로 직접 관련된 회계사만 처벌을 받고 그만두면 사실상 책임이 없었기 때문에 부실감사가 반복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2년 안에 과실 2단계 또는 고의 4단계 이상의 조치를 2회 이상 받은 회계법인의 대표는 6개월 동안 회계사 업무 직무정지를 받게 된다. 연간 감사보고서 서명건수가 200건이 넘는 4대 회계법인의 경우 2년간 3회 이상일 경우 대상이 된다. 금감원이 내부 감리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하고, 이를 다시 금융위원회에서 의결하는 형식으로 금감원이 안건으로 건의하면 실제 직무정지로 확정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부실감사를 회계법인 대표가 지시, 방조, 묵인 등 고의성이 드러났을 경우 회계사 등록이 취소된다. 자격이 취소되면 3년 이후에나 재등록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3년 이상 회계사 자격이 박탈되는 셈이다. 현행 공인회계사법과 외부감사법에도 회계 분식을 내버려둔 회계법인 대표이사에 대해 감독책임 부과가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양정 기준이 없어 실제로 제재를 받은 사례는 없었다.
분식회계를 한 회사 감사에 대해 최고 해임권고 제재가 내려진다. 해임권고가 되면 감사로서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회사로부터 손해배상 피소를 당할 가능성도 있어 분식회계 사전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식회계 기업에 대해 현재까지는 대표이사와 회계실무자에 대한 처벌조항만 있었지 감사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감사에 대한 제재가 활성화될 경우 분식회계가 회사 내부 감사 프로세스에서 사전에 걸러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불거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의혹은 이번 제재대상에서 빠진다. 세칙 개정이 빨라야 내년 2월에나 가능하고 이후 발행되는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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