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까지 상장사 등기임원들의 보수 중 1위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었다. 그러나 2위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바로 게임회사 위메이드의 유기덕 부사장이다. 그가 올 1~3분기 중 받은 보수는 총 54억5700만원에 달한다. 대그룹 오너 중 2위를 차지한 구본무 LG 회장(4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20일 주요 상장사들이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 IT 기업의 대표 등 등기 임원들이 상여금, 스톡옵션 덕분에 많은 보수를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정신이 중요한 업계의 특성상 소수의 인원에게 높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고액 연봉은 재벌 오너들이나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과 같은 스타경영인에서 나왔지만 스톡옵션과 높은 급여로 벤처임원들이 상위 연봉 수령자에 대다수 올라갔다.
벤처 기업 중 가장 많은 돈을 임원들에게 준 곳은 위메이드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900억원대인 위메이드는 등기임원 3명에게만 90억원이 넘는 보수를 제공했다.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사람은 이 회사 창업멤버 중 한명인 유 부사장이다. 3분기까지 급여 2억6100만원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까지 51억9600만원을 챙겨 총 54억5700만원을 받았다. 김남철 부회장도 스톡옵션 행사로 26억원을 받아갔다. 박관호 대표는 스톡옵션이나 퇴직금 없이 순수 월급으로만 8억9900만원을 받았다. 임원 보수규정에 의해서 근로소득으로 월 봉1억원을 받기로 되어 있어서다.
위메이드 외 통신반도체 제조회사인 가온미디어의 임화섭 대표 역시 3분기 누적 20억원을 넘는 금액을 받았다. 정기급여 14억원에 상여금 6억7000만원으로 월평균 2억3000만원 정도를 받았다.
같은 게임회사인 컴투스의 송병준 대표 역시 3분기까지 총 11억6500만원을 회사로부터 수령했다. 성공한 벤처기업가의 대명사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18억원을 받아 오히려 명성에 비해 받은 보수는 적었다. 대표가 아니더라도 네이버의 황인준 이사(13억원), 한글과 컴퓨터의 김상철 이사(12억)도 올 3분기까지 높은 보수를 받았다.
높은 퇴직금도 벤처 임원들의 주머니를 두텁게 했다. 심텍홀딩스의 전세호 대표이사는 지난 7월 퇴직하면서 퇴직금 45억5400만원을 받아 지난 상반기 받은 급여 4억5000만원을 포함해 총 50억 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철강제조업 디씨엠의 정연택 회장은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퇴직금을 정산한 금액 41억5700만원을 포함해 총 44억원을 회사로부터 받아갔다. STS반도체는 6월 워크아웃 신청을 했지만 홍석규 대표는 퇴직금 24억7000만원, 근로소득 7억2000만원을 받아 총 32억원의 보수를 챙겼다.
벤처 업계의 높은 연봉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나뉜다. 먼저 CEO와 직원 간의 과도한 연봉 차이는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꺾는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부터 상장사의 임원 연봉 공개가 되면서 대기업에서 임원들과 직원간의 연봉격차가 평균 36배 정도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꾸준히 나온 지적들이다. 특히 벤처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개발자들이 받는 연봉이 대략 5000만~8000만원인 상황에서 월급으로만 1억원이 넘는 몫을 가져가는 경영진들에 대해서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
기업이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높은 보수를 타 가는 경영진들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어왔다. 지난 2분기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퇴직금 21억원을 받아간 상황에서도 성과와 연동되지 않는 퇴직금 문제는 계속 제기되어 왔다. 위메이드의 경우에도 지난해 3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40억원(컨센서스) 정도 적자를
반면 높은 보수는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경영진들이 받는 높은 보수는 리스크 감수와 능력에 대한 댓가라 볼 수 있다”며 “뛰어난 경영진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보수를 높게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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