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농협은행에 집단대출 부분 검사를 지난달 말부터 시행하고 있고 이달 초에는 국민은행도 검사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집단대출 여신심사와 리스크관리 현황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집단대출은 개인이 아닌 건설사를 통해 은행에 신청되는 아파트 중도금 대출로, 개별 입주자에 대한 여신심사를 하지 않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적용되지 않은 채 시행된다. 신규 분양 아파트가 많아지면 집단대출도 늘어나는데, 점검이나 구두 지시로 이를 잡겠다는 게 금융당국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집단대출을 점검하는 것은 은행권이 이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밀어내기식 분양을 잡겠다는 것"이라며 "건설업자들이 단기간에 분양 물량을 공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은행권 점검을 나서면 (분양 공급을 조절하는)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규 분양도 공급과 수요가 맞아야 하는데 현재는 공급이 지나치게 많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국내 시장 금리 인상으로 차주들의 빚 부담이 늘어나는 데 주목하고 있다. 또 현재 분양가격이 높은 상황을 일종의 '거품'으로 보고 내년부터 가격이 떨어지면 2~3년 후 차주들이 입주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중 35%가 집단대출이었는데 (현재와 같이) 일시 물량이 몰리면 입주 시기에 따라서 입주 거부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에는 집단대출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어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점검이나 구두조치 등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아파트 집단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 지방 분양시장부터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수도권 우량 사업장 위주로 대출하고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방 중소도시 사업장은 집단대출 승인 거절률이 크게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시중은행들이 집단대출을 해주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규제가 본격화되면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을 거절할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와 지방 중소도시 사업장 집단대출을 최근 은행들이 잇달아 거절하면서 일부 건설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약 1순위 조건 완화 등 정부의 매매 활성화 대책으로 살아난 분양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주택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최근 공급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대책을 내는 데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규제를 통한 인위적인 공급 규제가 오히려 전세난을 악화시킨다는 우려도 크다. 집단대출 규제로 분양 물량이 줄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면 공급 감소 우려로 전세금이 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집단대출 규제가 주택 공급과잉 우려를 불식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견해도
■ <용어 설명>
▷ 아파트 집단대출 : 개별 대출심사 없이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대출로 중도금 대출과 잔금대출로 나뉜다. 개인 소득 등 신용도를 점검하지 않고 대출이 집행되고 있어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지웅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