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주주 주식 양도세 강화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PB센터와 거액 고객 자산을 일임받아 운용하는 투자자문사에는 주식을 팔아 달라고 요구하거나 세무상담을 하는 소위 '슈퍼 개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자산가들이 주식을 내다 팔면서 중소형주 수급에 악영향을 주는 등 코스닥시장에 일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액 투자자는 주식 거래에서 발생하는 매매(양도)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세법상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거액 투자자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 국세청은 직전 사업연도 말 주식 보유 현황을 기준으로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고 다음해 대주주들이 주식 투자로 얻은 양도 차익에 대해 일괄적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기존 세법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2%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가치가 50억원 이상인 투자자는 대주주로 분류된다. 코스닥 상장 주식은 지분율 4% 이상이거나 주식 가치 40억원 이상인 투자자가 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식은 지분율 1% 또는 주식 가치 25억원 이상, 코스닥 종목은 지분율 2% 또는 주식 가치 20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대주주를 판단하는 시점이 주식 양도일이 아니라 주식 종목을 직접 보유한 사업연도 말 기준이어서 올 12월 31일 기준으로 20억원 이상 보유한 코스닥 투자자에 대해서는 대주주 요건을 충족해 내년 한 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
단 양도소득세 부과가 내년 4월까지 유예되기 때문에 대주주 요건을 충족해도 2016년 3월까지 주식을 매도한다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4월부터는 주식 거래에 따른 양도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이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주식 매도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며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거액 자산가라면 연말 전에 미리 주식을 팔아 대주주 요건 이하로 낮춰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율도 상향 조정된다. 기존 코스피 투자자는 양도 차익 20%, 코스닥 투자자는 양도 차익 10%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 그러나 내년 4월부터 코스닥 투자자도 양도소득세율이 20%로 상승한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센터 부장은 "신규로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된 주식 가치 20억원 이상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문의한다"며 "이들은 세금뿐만 아니라 보유 주식 현황을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거액 자산가들이 주식을 내다 팔면서 중소형주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는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해 달라는 주문이 많다"면서 "코스피보다는 코스닥,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더 큰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중소형주 성과는 대형주 주가 상승률에 못 미치고 있다. 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월 이후 대형주 주가는 10% 가까이 올랐지만 중형주 주가는 1~2% 상승하는 데 그쳤고 소형주는 3% 이상 하락했다.
연말을 앞두고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투자 상품들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조재영 부장은 "국내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면서 채권형이나 해외 주식형 상품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다"며 "특히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거액 자산가들 사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인 회사채나 코넥스 주식에 30% 이상 투자하는 상품으로, 공모주 물량을 10%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소득 제한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펀드에서 발생한 수익은 투자금액 5000만원까지 15.4%로 분리과세된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