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택시앱 ‘이지택시’ 창업 멤버였던 방성민씨(브랫빌리지 대표)는 서른 살을 1년 앞둔 지난해 말 또래 지인들과 모바일 홈케어 중개 서비스앱 ‘닥터하우스’를 내놓았다. 올해 4월 시범 운영을 해가며 현장에서 좌충우돌한 끝에 모은 노하우를 통해 다음 달 본격적으로 출발한다. 집이나 방을 수리하거나 리모델링하고 싶을 때 필요한 기술자들을 일대일로 연결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오프라인 소개를 통해 집수리·인테리어 등이 이뤄지는 주거 서비스 시장에서 20~30대 청년들이 스타트업을 만든 첫 사례다.
# 3년 전 직장을 나와 벤처캐피탈 투자회사를 꾸린 서른 세 살 박지웅씨(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올해 초 지인들과 스타트업을 꾸려 부동산 임대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기존 건물을 빌려 카페같은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모임 공간을 꾸민 후 회원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다. 지난 4월 서초동에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모든 자리가 채워질 정도로 시장 반응이 좋아 지난달에는 역삼동에 2·3호점을 열었다.
돈과 연륜이 쌓여야 발 들일 수 있다는 부동산 시장에 20~30대가 이끄는 스타트업(start-up) 창업 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에선 ‘최소 수 억 원의 목돈을 넣어 몇 천 만원씩은 날려 봐야 감이 조금 생긴다’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투자의 진입장벽이 높지만 2030세대는 세 가지 강점을 가지고 시장의 흐름을 탄다. 스타트업은 신생 벤처기업과 비슷하게 첨단 기술에 기반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창업 단계여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소규모 회사를 말한다.
스타트업 특유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IT기술에 대한 익숙함’에 더해 ‘크라우드 펀딩의 존재’가 그것이다. 패스트파이브는 기존 오피스 시장에서 흔히 나왔던 섹션 오피스나 일반 오피스 빌딩과 다르게 ‘사무실 공유 임대’를 시작했다. 건물의 한 두 층을 빌려 공동으로 쓸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한 후 1인~8인 규모의 작은 회사나 개인에게 보증금을 없이 월 단위 회원료를 받는다. 단순한 건물 임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공간을 공유하는 개인이나 소규모 회사들이 서로 돕고, 필요하면 외부 전문가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커넥트 앤 콜라보(CONNECT & COLLABO) 서비스’ 등 창업 지원과 컨설팅도 이뤄진다. 건물주들이 ‘임대문의’ 현수막을 내걸거나 공인중개소에 의뢰해 세입자를 찾을 때 임대 스타트업들은 페이스북 같은 SNS상의 ‘좋아요’ 인맥을 활용한다.
부동산개발업자처럼 땅을 사들여 섹션오피스를 짓거나 개인 자산으로 수십 억원하는 빌딩을 사고 팔 여력이 없는 30대 젊은이들이 큰 돈 오가는 부동산 시장에 나올 수 있었던 건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스타트업을 꾸렸기 때문이다. 패스트파이브의 경우는 지난 7월 P2P(person to person, 개인 대 개인) 투자·대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3호점에 들어갈 돈을 모았다. 건물주에게 주어야할 보증금 5억여원 중 2억원은 12분만에 채워지기도 했다.
중개업 시장에도 2030세대들이 만든 스타트업이 입성했다. 지난 2월 첫 발걸음을 뗀 ‘부동산 다이어트’는 김창욱씨(30)와 임성빈씨(32), 그리고 오성진씨(25)가 창립 멤버다. 이들은 포털 사이트 서비스를 통해 매물로 나온 집을 찾아도 결국은 오프라인 중개업소를 찾아가 ‘협상’을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공인 중개자격증을 가진 멤버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매물 사진을 찍어 공개하고 거래도 맡는다. 중개 수수료는 0.3%로 한정하고 일반 거래에 비해 얼마나 거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액수를 비교해주기도 한다. 집 주인이 매매를 부탁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거래가 안 되고 있으면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일반 공인중개소들이 좀처럼 내걸지 않는 조건이다.
젊은 세대가 가지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읽는 눈’은 시장 진입의 필요 조건이다. 닥터하우스는 집 구하기가 어려워질 수록 ‘주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보고 창업에 나선 경우다. 박종국 닥터하우스 운영자는 “아파트 전세금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신혼 부부를 중심으로 오래된 소형 아파트나 빌라 등에 집을 구하게 된 사람들이 늘면서 집 수리·리모델링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많아진다”며 “게다가 서울 시민 중 30%이상이 1인 가구일 정도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나만의 공간’을 꾸미려는 인테리어 수요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포털 사이트에서는 신혼집을 꾸미거나 혼자사는 원룸 인테리어를 바꿔 집 내부를 자세히 찍어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는 ‘온라인 집들이’가 성행하는 중이다. 한편 박지웅 패스트파이브 대표(33)는 “자유롭고 개방된 분위기이면서도 고정적으로 일할 장소가 필요한 1인 창업가와 프리랜서가 늘어나는 추세이다보니 대기자가 나올 정도로 수요가 많아 1호점의 경우 월 별로 최소 10%, 많게는 20%까지 임대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로 시장조사나 차별화 전략 없는 생계형 창업이나 열정만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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