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4개월 연속 국내 채권 '팔자' 행렬을 이어가면서 시장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9월 한 달간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통안채 등 총 9370억원어치를 매도해 4개월째 순유출세가 계속되고 있다. 9월 말 기준 외국인 투자잔액은 101조8270억원으로 100조원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와 스위스가 각각 6380억원, 1830억원가량 매도했으며 룩셈부르크도 1430억원을 팔아 순매도국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 매수세를 지속하던 외국인이 하반기 들어 매도세로 돌아선 이유는 달러 강세 때문이다. 환 차익을 노리고 들어왔던 단기 투자자들이 최근 달러당 원화값 하락으로 환 손실이 확대되자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1~2년 전 달러당 원화값 1000원 초반에 유입됐던 투자자들이 최근 환율이 1150원까지 오르면서 환 손실을 입었다"며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투자자로 분류됐던 해외 중앙은행들도 국내 채권 비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통화 약세가 심해지자 중앙은행들이 외환 보유액을 활용해 자국 통화가치 방어에 나섰기 때문이다.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외환 보유액 중 일부를 국내 채권에 투자해왔다. 글로벌 채권 펀드들도 국내 채권을 매도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채권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늘어났기 때문이
다만 외국인 매도세에도 시장 충격은 크지 않았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보유 채권을 매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금리 영향은 크지 않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외국인 매도세가 완만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