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보험사가 당장 보험료를 올리는 대신 해지환급금을 줄이는 방법으로 보험료를 낮춘 것이다. 정부가 지난 1일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출시된 첫 상품으로 앞으로 다양하고 차별된 보험상품 가격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주목된다.
교보생명(회장 신창재)은 기존 상품보다 보험료를 대폭 줄인 '내 마음 같은 교보CI보험'을 6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사망보장은 물론 암, 뇌졸중, 급성심근경색증 같은 중대한 질병(CI)과 중증 치매 같은 장기간병(LTC) 상태를 평생 보장하는 상품이다. CI나 LTC로 진단받으면 가입 금액 중 80%를 먼저 치료비로 받을 수 있다.
기존 교보생명 CI보험보다 보험료를 7~19%까지 낮춘 것이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예컨대 가입 금액 1억원, 30세 남자가 신개념 CI보험에 20년간 납입했을 때 보험료는 월 22만2000원으로 기존 CI보험 보험료 24만9000원보다 10.8% 싸다.
반면 지금같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중도 해지하면 기존 CI보험보다 고객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적을 수 있다. 이 상품은 기존 상품과 달리 공시이율에 따라 적립한 해지환급금을 고객에게 지급하기 때문이다. 공시이율은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공시이율이 내려가면 고객이 받을 수 있는 환급금이 줄어든다. 다만 교보생명은 공시이율이 내려가더라도 가입 후 5년 미만은 연복리 2%, 10년 미만은 1.5%, 10년 이상은 1%를 최저 보증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CI 상품은 미리 확정된 예정이율(3%)을 적용해 해지환급금을 최저 보증해왔다.
윤영규 교보생명 상품개발팀장은 "공시이율을 적용한 해지환급률은 예정이율을 보증한 기존 CI 상품보다 다소 낮아질 수 있지만 매월 절감되는 보험료를 감안하면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실질적인 보장 혜택을 받고자 하는 고객에게는 더 유리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저축성 보험과 달리 보장성 보험 계약의 주 목적은 해지했을 때의 원금 보전이 아니라 특정 위험 보장이기 때문에 낮은 보험료로 보장 혜택을 누리려는 소비자에게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CI보험은 사망은 물론 CI나 LTC를 함께 보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험금 수령 가능성이 높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실제로 40세 CI보험 가입자 중 90% 이상이 85세 이후에 보장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원금 환급보다는 보장 기능에 역점을 둔 보험상품이 속속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
윤 팀장은 "저금리 시대에 걸맞게 가격 대비 가치가 큰 상품이 보장성 보험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