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구와 부산에서는 증여를 목적으로 중소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베이비부머들이 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자식들이라도 저렴하게 사두면 앞으로 웃돈이 붙든지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분양시장에 잇달아 '과열' 경고음을 내고 있다. 부산 울산 대구 등 주요 광역시에서는 아파트 청약만 하면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1일 매일경제신문이 부동산114에 의뢰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부동산시장을 조사한 결과, 실제 가구 수에 비해 분양권 거래가 급증하면서 거래량이 지난 5년 새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시 중에서는 부산 대구 울산의 분양권 거래가 가파르게 늘었다. 최근 청약경쟁 기록을 앞다퉈 경신했던 대표적 지역이다. 분양권 거래량이 급증했다는 것은 그만큼 실수요자들보다는 웃돈을 받고 매매한 청약당첨자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세종시 성장에 타격을 받은 대전시를 제외하고 2013년부터 분양권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인 가구와 다세대 가구 공급을 고려한 신규주택 보급률은 지난해 서울(97.9%)과 경기(97.8%)를 제외한 광역지자체 모두 100%를 넘겼고 전국 평균 103.5%에 달한다.
전문가는 투기 가능성을 의심한다. 최성헌 부동산114 차장은 "부산 대구 울산의 경우 소득수준이 2011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고용도 증가하는 가운데 총 전입 가구 수에 비해 주택거래량이 늘고 있다"며 "투기 수요가 낀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부산을 비롯한 이들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증여나 상속 목적의 부동산 투자가 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에서 과열이 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 대구의 경우 2014년 기준 가구 수 대비 올해 1.5%, 내년 2.97%, 후년 2.03%의 입주물량이 대기 중이다.
주요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대구의 내년 입주물량만 보면 1990년 이후 2008년을 제외하고 가장 많다. 대구는 작년과 올해(9월 18일 기준) 전세금도 각각 12.88%, 10.78% 뛰었고, 아파트값도 지난해 11.72%, 올해 13.01% 급등해 전국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광주 대구 부산의 매매시장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택공급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분양시장까지 수요가 붙기 시작해 가수요 때문에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웃돈을 받고 거래를 하다가 시장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면 마지막에 매도를 하지 못하는 청약자가 일종의 '폭탄 돌리기'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지방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이 서울 등 수도권보다 짧아 가수요가 형성되기 좋은 여건"이라며 "혁신도시나 산업단지 유치 등 인구 유입 요인이 뚜렷하지 않고 주택 공급 부족이 해소되는 가운데에도 주택 매매가 활발하면 거품이 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약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으려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