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다음달 이사를 앞두고 요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보증금 2억5000만원 내고 전세를 살고 있는 김씨는 전세만료 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이 반전세로 돌리겠다는 말에 다른 전세집을 알아봐야만 했다. 워낙 전세난이 심해 물건 자체가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던 김씨는 다행히도 집 근처에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전세집을 발견해 가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다음달로 이사 날짜가 다가오는데 집주인이 세입자를 찾지 못했다며 이사를 늦게 가거나 보증금을 늦게줄 수 밖에 없겠다고 통보해왔다. 김씨는 집주인에게 하소연도 해봤지만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우 김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존에는 세입자인 김씨와 집주인과의 다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다면 김씨는 어렵게 구한 새 전세집을 놓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
하지만 김씨 부부의 연소득 합산이 7000만원 이하이고, 임차 보증금이 4억원 이하(지방은 2억원 이하)라면 다음달 1일부터는 주택금융공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가지 못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의 추천서를 받아 임차권등기를 신청하면 이사 갈 주택의 전세대출을 먼저 받아 보증금을 해결할 수 있게된다.
이는 주택금융공사가 임차권등기 세입자에 대한 특례보증 신청 시기를 현행 ‘임차권등기명령 완료 후’에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접수 후’로 요건을 완화해서 가능해졌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사라져 그 집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다가 경매시 우선권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임차권등기 명령’을 꼭 받아야만 한다.
이 전세보증을 받으려면 지자체장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접수하면된다. 현재 지자체장 추천서는 서울시에서만 발급받을 수 있다.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전화상담을 하면 주천서 발급심사 후 추천서가 발급되고, 기간은 최대 1주일 정도가 걸린다.
보증신청시기는 추천서를 발급받은 경우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접수 후이고, 추천서가 없는 경우라면 임차권등기 완료 후 2개월 이후에 가능하다.
보증한도는 이사 갈 신규주택 임차보증금의 80% 또는 임차권등기주택 임차보증금의 90%로 최대 2억원 이내다. 보증기한은 2년, 보증료는 0.1
허승 주택보증공사 주택보증부 팀장은 “서울시 외의 지방자치단체와는 아직 협의가 되어있지 않지만, 요청이 온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지방의 경우 임차권등기 완료 후 2개월이 지났다면 지자체장 추천서없이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