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워킹스페이스 내부 풍경. [사진 제공 = 패스트파이브] |
시장 용어를 빌려쓰자면 일종의 '전전세(轉傳貰)'인 셈이다. 오피스의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 라운지에서 일하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얼핏 보면 스터디카페와 유사하지만 공간·아이디어 공유가 콘셉트인 만큼 회의실이나 인터넷 와이파이, 사무용품 등을 함께 쓴다. 멤버십 관리자를 중심으로 회원 간 네트워킹이나 컨설팅이 이뤄지기도 하는 일종의 공용 사무실이다.
서비스드 오피스는 2000년대 초반 영국·독일 등 유럽과 미국에서 나오기 시작했지만 2010년 미국 '위워크(WeWork)'가 스타트업 형식으로 부동산 임대업에 뛰어들어 성장하면서 관심을 끌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다. 강남 일대에 하나둘 생겨나던 것이 지금은 성동구와 마포구 등에 이어 전주 등 지방에서도 문을 열고 있다는 게 업계의 말이다.
기업형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규모 창업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올해 4월 서너 명의 지인들과 함께 서초동에 1호점을 낸 박지웅 패스트파이브 대표(33)는 "건물 보증금과 인테리어 등 비용은 '연이율 6%·1인당 최대 3000만원까지 투자 가능·원리금 균등 상환' 등의 조건을 걸고 P2P(개인 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는 "운영해보니 대기자가 나올 정도로 수요가 많아 월별로 최소 10%, 많게는 20%까지 임대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단순한 사무실 임대 같지만 흔히 말하는 오피스 빌딩이나 섹션 오피스와 다르다. 강남·여의도 등 업무 중심 지구의 대형 오피스를 비롯해 강남역 일대 중소형 건물을 포괄하는 업무용 빌딩은 건물주가 직접 개인이나 회사를 상대로 보증금과 월세를 받고 1~2년 단위로 공간을 빌려주는 식이다. 구로 G밸리나 강서 마곡지구·송파 문정지구에 들어서는 섹션오피스는 구분 등기 형식으로 건물 일부만 분양받는 점에서 빌딩을 통째로 소유하는 것과 다르지만 세 놓는 방식은 기존과 같다.
이에 비해 전전세 형식인 코워킹 스페이스는 주로 회원제 형식으로 운영한다. 보증금 없이 짧게는 하루, 길게는 석 달 단위로 임대료만 받는다. 강남 일대에선 7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 한 층(330㎡)이 보증금 1억원·월세 1000만원 선이다. 인테리어나 리모델링에 필요한 비용은 넉넉잡아 보증금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말이다. 수십 억원에 이르는 중소형 빌딩이나 분양면적 기준 60㎡(전용율 50%선)가 1억5000만~2억원 선을 오가는 섹션 오피스를 사들이는 것에 비하면 비용 부담이 높지 않은 편이다. 월세는 회원 1인 기준으로 개방형·분리형, 면적 등에 따라 월 10만~50만원 선으로 달라진다. 임대료는 천차만별이지만 개성 있는 인테리어와 개방감을 찾는 수요자들이 둥지를 튼다. 마포구 합정동 '까사갈라'에는 디자인·문화 기획 관련 프리랜서 작가나 소규모 창업자들이 찾는다. 강남 서초동 '패스트파이브'에는 IT 관련 스타트업 업체를 비롯해 변호사, 외근이 잦은 회사원, 사내 벤처 팀원들이 발
시장의 판이 커가는 과정에서 투자 시 주의할 점도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소호 사무실이나 비즈니스센터는 이미 서울에 200여 곳이 넘기 때문에 창업 지원 행사를 여는 등 차별화가 중요하다"며 "기존의 답답한 오피스와 다르게 감각적이고 개방적인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