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난민’ 발길이 닿는 경기 용인과 김포, 남양주에서 다음달 분양전쟁이 벌어진다. 치솟은 서울 전세값을 피해 내집마련을 결심한 수요자를 잡기 위해 10월 한달간 이 지역에 건설사가 쏟아내는 새 아파트만 2만가구에 달한다. 서울과 붙어있거나 가까워 전통적인 대체 주거지로 주목받는 것이 공통점이다. 향후 신분당선 개통 등 개발호재가 이어지고 공급도 꾸준한 만큼 서울 시민들의 ‘엑소더스’가 잇따를 전망이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서울에 거주하는 수요자들이 사들인 경기도 아파트는 총 1만6975가구로 전국 물량 66%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남양주 소재 아파트가 1814가구로 가장 많고 용인이 1715가구로 뒤를 이었다. 김포시 아파트도 1124가구로 집계돼 서울 시민이 이 세 지역에서 구입한 아파트(4653가구)가 경기도 전체에서 30%에 육박했다.
남양주는 강동구와 붙어있어 최근 이 지역 재건축 이주수요를 받아내는 완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도 이어져 올해 별내신도시 입주가 시작된데 이어 다산신도시 첫 분양 단지도 나왔다. 2022년 뚫리는 지하철 8호선 진건역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새 아파트가 많은데, 역이 개통되면 잠실역까지 30분 안에 닿을 수 있다.
상한제 적용을 받는 공공택지라 분양가도 싸다. 지난 4월 분양 스타트를 끊은 ‘자연&롯데캐슬’ 분양가격이 3.3㎡당 920만원대였는데 같은면적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158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 전세집을 빼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도 남는다.
용인은 당장 다섯달 뒤 뚫리는 신분당선 성복역 호재로 주목받고 있다. 역을 이용하면 지하철로 서울 강남까지 30분, 인근 용인~서울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차로 20분이면 닿는다. 수지구 성복동에는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 연면적 16만㎡로 삼성동 코엑스보다 더 큰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다.
서울 강서권 대체 거주지인 김포는 최근 한강신도시 개발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 지역 평균 아파트값은 2억9588만원으로 1년전보다 3000만원 가까이 뛰었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대우 푸르지오 2차’ 소형 평형에는 프리미엄이 최대 6000만원까지 붙었다.
건설사들이 다음달 세 지역에 분양물량을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114와 주요 건설사 정보를 취합해본 결과 용인, 김포, 남양주에서 내달 분양계획이 잡힌 단지는 총 17곳, 2만4116가구다. 같은기간 수도권 분양물량의 40%를 넘는 숫자다.
이중 용인에서는 1만8000가구가 공급된다. 수지구 성복동에서는 초대형 쇼핑몰을 ‘단지 내 상가’로 두는 ‘성복역 롯데캐슬’이 분양한다. 시가 추진하는 성복지구 특별계획구역 복합단지로 복합쇼핑몰과 아파트 2356가구, 오피스텔 300여가구가 함께 들어선다.
처인구에는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6800가구가 한꺼번에 일반분양분으로 나온다. 시립유치원과 초·중·고교 등 학교 4곳, 공원과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미니 신도시’급 단지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는 ‘운양역 한신휴 더테라스’가 청약을 받는다. 가구수만 924가구에 달하는 한강신도시 최대 테라스하우스 단지다. ‘e편한세상 한강신도시 2차’ 807가구도 같은달 분양일정에 나선다. 13만㎡ 면적 은여울공원이 단지와 가깝다. 2018년 개통하는 김포도시철도 구래역을 이용하면 서울 지하철 5·9호선과 공항철도 환승역인 김포공항역을 거쳐 서울 곳곳으로 이동하기 쉽다.
남양주는 1085가구 규모 대단지인 ‘다산신도시 반도유보라 메이플타운’과 ‘다산진건 한양수자인’ 650가구, ‘다산진건 아이파크’ 467가구가 잇따라 분양
유망지역이긴 해도 ‘옥석가리기’는 필수다. 교통호재를 강조한다고 해도 단지별로 조건이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아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직 미분양이 남은 곳도 있는 만큼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며 “같은 지역이라도 분양가와 입지경쟁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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